K-POP 그룹 속 사이버펑크 상징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따르면 사이버펑크(Cyberpunk)란 “컴퓨터 기술에 의해 지배당하는 억압적인 사회의 무법적인 서브컬처를 기반으로 하는 SF의 한 장르”라고 정의되어 있다. 이러한 사이버펑크의 분위기는 영화 ‘블레이드러너’나 만화 ‘아키라’를 비롯해 최근의 게임 ‘사이버펑크 2077’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실 ‘사이버’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듯이 사이버펑크란 다소 오래된 개념이다. 초기 사이버펑크 장르의 탄생은 1980년대로 그 당시 미래 사회에 대한 상상이 현실의 부정적인 모습과 연계되어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으로 표현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이버펑크 장르가 비단 암울한 세계관으로만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오히려 유쾌하고 키치(Kitsch)하며 특유의 패션, 분위기 자체로 받아들여지고 있기도 하다. 이는 최근 K-POP 시장에서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특히 K-POP은 하나의 음악 장르일 뿐만 아니라 영상, 미술, 패션, 소셜 네트워크, 세계관 등 복합 예술의 측면을 띠고 있어 하나의 ‘컨셉’으로서 사이버펑크 장르가 도입되기에 적합한 분야이기도 하다.

아래 예시들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사이버펑크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K-POP 그룹 및 곡이다.


NCT127

NCT127은 많은 부분에서 사이버펑크적 상징을 표출하는 그룹이다. ‘Regular’(2018)의 뮤비에 등장하는 자동차 씬, 대한민국 대도시의 뒷골목, 네온사인, 검정 의상은 고전적인 사이버펑크 요소들이다.

속도, 레이싱, 질주는 만화 아키라의 핵심 소재이다. ‘Punch’(2020)나 최근 나온 ‘질주’(2 Baddies, 2022)에서도 반복적으로 레이싱복, 자동차 경주와 같은 상징이 등장한다.

HYO 효연

DJ로도 활동하고 있는 효연은 최근까지고 지속적으로 솔로곡을 발표하고 있다. 사이버펑크 장르는 일렉트로닉 음악 장르와도 잘 어울리는데, 2019년 발표한 ‘Badster’는 음악과 뮤직비디오가 모두 사이버펑크적 요소로 가득 차 있다.

올해 발표한 ‘Deep’(2022) 역시 뮤직비디오에서 사이버펑크적인 의상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Badster’나 ‘Deep’의 가사 내용 또한 본능적, 충동적인 현대 사이버펑크의 분위기를 내포하고 있다.

ATEEZ

아티즈가 올해 발표한 미니 8집 ‘THE WORLD EP.1 : MOVEMENT’는 ‘Cyberpunk’라는 제목의 곡이 수록되어 있을 정도로 앨범 전체가 사이버펑크 세계관을 컨셉으로 하고 있다. 붕괴, 전복의 사이버펑크 상징은 ‘Guerrilla’ 뮤비에서 아나키즘적 상징, 반항적 내용으로 등장한다.

Aespa

사이버펑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에스파를 빼놓을 수 없다. 에스파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멤버들이 그들의 아바타인 ‘아이(æ)’가 인공지능 나비스(nævis)를 통해 소통한다는 스토리텔링 기반으로 만들어진 그룹이다. 그만큼 음악적, 시각적, 상징적으로 모두 사이버펑크의 분위기가 가득하다고 볼 수 있다.

위의 예시들을 보면 대부분이 SM 엔터테인먼트의 그룹인 것도 특징이다. 실제로 이수만은 2020년 제1회 세계문화산업포럼에서 “미래 세상은 셀레브리티와 로봇의 세상이 될 것이다”라고 언급한 만큼 SM 소속 아티스트들에게서 사이버펑크 상징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