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어디에
‘11월의 마지막 주말까지는 원고를 보내야지.’ 10월에 썼던 글을 어떻게 다듬어봐야 할지 고민하며 지내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파일을 오랜만에 열어봤다. 다시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설렘, 나의 마음을 잘 풀어내고 싶다는 욕심들이 얽혀 과거의 힘듦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정신없는 글이 있었다. 처참했다.
어느 늦은 밤, 버스 정류장만 밝게 빛나는 어느 어두운 길. 멀끔히 차려입은 한 남자가 손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정류장에 앉아있는 것을 보았다. 차에 타고 있어 빠르게 그를 지나칠 수밖에 없었지만 내 마음은 한참이나 그 주위를 서성였다. 같은 모양의 다음 정류장의 의자에는 반짝이는 눈으로 서로를 응시하는 다정한 연인이 앉아있었다.
그는 몇 대의 버스를 지나보냈을지, 멀찍이 앉아 아무 말 없이 한참을 그의 곁에 있고 싶었다. 그곳에 얽힌 여러 이야기들을 내가 알 수는 없겠지만, 강렬했던 장면들은 집으로 향하는 길 내내 많은 생각들을 어지럽게 불러들였다. 같은 배경의 전혀 다른 사람들과 공기.
여러 날들이 생각났다. 몇 년간 품어온 마음을 잘라내야 함을 느꼈던 어느 날 밤, 동이 틀 때까지 거리를 서성였던 날. 늦은 밤까지 맥주를 마시며 한참을 떠들다가 자취방 옥상에 올라가선 담배를 물고 한마디도 하지 않고 빛나던 별만 바라보던 그 순간. 계절이 바뀌고 그 계절의 냄새에 그때의 아릿했던 기억들이 함께 몰려오는 때라던가, 좋은 사람을 만나고 행복이 일상이 된 지금이라던가.
사랑은 어디에 있을까. 나에게는 모든 순간이 사랑이었고 음악이며 노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