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바디앤소울의 블루스 '순간의 이야기 담긴 음악'

필자가 한때 기타리스트의 꿈을 꾸고 있었을 때 요상한(?) 고민에 몰두한 적이 있었다. 블루스 기타리스트가 될까, 펑크 기타리스트가 될까, 락 기타리스트가 될까하며 당시 사뭇 진지하게 나의 장래희망에 대해 고민했었다. 각고 끝에 내린 결론은 블루스 기타리스트였는데, 그 이유는 블루스는 기쁨, 슬픔, 분노, 자조, 사랑, 우울 등 모든 감정을 다룰 수 있는 '만능 장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블루스도, 락도, 재즈도 다 하면 된다는 것을 깨닫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블루스가 인간의 모든 감정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은 지금도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영미권 대중음악에 기반을 둔 연주자에게 블루스는 거부할 수 없는 뿌리다. 비록 블루스라는 장르는 증기기관처럼 시대의 소명을 다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음악 DNA에 뿌리 깊게 남아있는 흔적은 어느 순간 불현듯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한국블루스소사이어티'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블루스 밴드 마인드바디앤소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편집자 주)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블루스밴드 마인드바디앤소울에서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 이인규입니다. 저희는 '한국블루스소사이어티'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블루스소사이어티는 미국 멤피스 ’블루스 파운데이션‘ 의 한국 지부격인 단체입니다. 김목경, 신촌블루스, 이경천님 등의 원로 뮤지션분들도 계시고, ’최항석과 부기몬스터‘, ’리치맨&그루브나이스‘ 그리고 저희 ’마인드바디앤소울‘ 등의 팀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마인드바디앤소울'이라는 밴드 이름의 유래는 무엇인가요?

밴드 이름은 제가 어린 시절 춤에 관심이 있었는데, 그때 한 대회에서 카포에라를 중심으로 한 브라질리언 팀을 만났어요. 그 때 그 팀의 악기와 춤들이 뭔가 영혼을 울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팀 이름을 외워두고 있었는데 나중에 밴드를 시작할 때 그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게 됐어요. 나중에 마음과 몸, 영혼까지 울리는 음악을 들려드리자! 라는 의미를 붙였는데, 쓸데없이 너무 거창한 느낌이라 잘 사용하지는 않는 표현이 되어버렸습니다. (웃음)

블루스밴드 마인드바디앤소울
사진=마인드바디앤소울

'블루스 밴드'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기타를 치기 시작한 10대때 부터 블루스를 좋아했어요. 기타리스트들은 대부분 블루스를 기반에 두고 음악을 시작합니다. 물론 요즘엔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신 것 같지만, 대부분은 블루스를 떼어놓고는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설명할 수 없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블루스 그 자체를 주된 장르로 삼는 뮤지션은 매우 적습니다. 오래 된 음악이기도 하고, 투박하고 거친 느낌이거든요. 요리로 따지면 조리하지 않은 재료 같다고나 할까요. 저는'블루스밴드를 하고 싶다‘ 는 마음만 가지고 오랜 시간 음악 공부를 해 오다가, 제 삶에 위기가 찾아왔을 때 도피처처럼 블루스밴드를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블루스라는 정체성에서 오는 특별함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블루스 밴드의 활동이 아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 수가 적기 때문에 서로가 다 연결되어있고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크고 작은 공연을 함께 하며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긍정적 영향이 있습니다.

블루스밴드 마인드바디앤소울
사진=마인드바디앤소울

좋아하는 블루스 아티스트는 누구누구인가요?

로버트 존슨, 하울링 울프, 머디 워터스, 티 본 워커 등의 뮤지션을 좋아합니다. 이외에도 많은 뮤지션들을 좋아하고 즐겨 듣고 있어요.

저희 팀 성향과 관계가 깊은 뮤지션은 프레디 킹 정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는 델타 스타일의 블루스 음악을 즐겨 듣지만 팀이 가지고 가는 색은 일렉트릭 블루스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프레디 킹 같은 블루스 락 스타일의 음악을 즐겨 들어요. 최근에는 킹피쉬 같은 뮤지션의 음악도 즐겨 듣고 있습니다.

마인드바디앤소울의 장르는 '정통 블루스'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정통 블루스' 라는 타이틀에 조금은 부담스러워 하는 편입니다. 사실 동양인의 블루스는 '진짜 정통 블루스' 뮤지션에게'프랑스인의 국악’,'아프리카인의 가야금'같은 느낌이 아닐까요? 그러다보니 매년 미국에 직접 가서 블루스의 정수를 경험하고 따라가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블루스밴드 마인드바디앤소울
사진=마인드바디앤소울

블루스 음악을 '비대중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대중음악이 따로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주류의 흐름이라는 것은 비교적 다수에게 선택받은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따지고 보면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음악이'대중음악’ 으로 탄생하고 그 의미를 가지고 지속되어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블루스가 다른 음악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대부분의 레전드 블루스 뮤지션에게'블루스가 무엇인가요?’ 하고 질문하면 구성이나 가사, 또는 음악적 해석을 답하지 않고'사랑이다’ 또는'소울이다’ 등의 추상적인 대답을 해 주는 편입니다. 그래서 블루스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것이 다른 장르보다 훨씬 어렵고 막연하게 느껴져요.

제가 느끼는 블루스의 특징은 그 시대, 그 순간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가사도 일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죠. 물론 블루스 가사가 다 직설적이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시대적으로 블루스는 흑인 노예들이 자신의 감정을 노출 할 수 없던 시대에 그들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면서 피어오른 꽃 같은 음악입니다. 또 반복적으로 같은 가사를 노래하는 경우가 많아 이해하기 쉬운 편에 속하는 것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현재 주로 하고 계시는 활동이나 준비 중인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2월 5일로 정규앨범 'Road To Blues'를 발매했습니다. 미국에서 작업한 음원도 세 곡 들어있고, 아주 열심히 만든 앨범입니다. 더빙을 최소화하는 레코딩은 첫 번째 미니앨범부터 꾸준히 지켜오고 있고요.

그리고 저희 밴드의 아이덴티티인 라이브는 매주 진행하고 있어요. 저희가 공연을 많이 하는 밴드로는 거의 손에 꼽는 밴드지 않을까 싶네요. SNS를 통해서 다양한 공연 소식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또 현재 가장 중요하게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는 최근 저희가 인터내셔널 블루스 챌린지 (IBC)라는 대회에 한국 대표에 선발되었는데요. 1월쯤 미국에 가서 대회와 몇몇 투어를 진행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 준비로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블루스밴드 마인드바디앤소울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통해 밴드의 소식을 접할 수 있다. (사진=마인드바디앤소울)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블루스의 매력을 간단하게 소개해주신다면?

그저 다른 모든 음악들과 다를 것 없는 음악이라고 생각하고 들으시면 어떨까 싶어요. 특히 블루스는 라이브에서 그 매력을 한껏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흔히'콜 앤 리스폰스’ 라고 불리는 일종의 소통 안에서 라이브의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특히 저희 마인드바디앤소울이 그렇죠! 블루스가 취향에 맞는다면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실 겁니다. 블루스와 저희 마인드바디앤소울 많이 관심 가져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