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장르에 녹여낸 치비(ChiVee)만의 음악 스타일

다양한 장르 속에서 자신만의 특징을 살리고 싶다는 치비(ChiVee)는 개인 활동은 물론 융복합 예술단체 '프리지본', 가야금 연주자 박선주 프로젝트 '도시산조'에 함께 하고 있다. '못 들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들은 적은 없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치비가 어떻게 자신만의 음악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자.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못 들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들은 적은 없는 가수가 되고 싶은 싱어송라이터 치비입니다. 종종 이름의 뜻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닙니다. 그냥 'ㅊㅂㅊㅂ' '치비치비뱅뱅' 하면서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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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ChiVee.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내 자신을 돌아보고 치료해 주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저는 스스로를 보듬어 주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었거든요. 힘든 것도 모른 척, '나는 굳건해'라고 착각하고 살다 보니 점점 몸도 마음도 모르는 사이에 엉망이 되어 있었죠.

그런 마음을 마주하는 방법도 몰라서 헤매던 때, 너무 힘들어서 그냥 다이어리에 두서없이 아무거나 써 내려갔어요. 처음엔 그냥 기분만 써놓았다가 점점 그 기분이 생긴 이유를 쓰고, 이유를 넘어 내가 어떤 환경이었는지를 정리하게 되었죠. 일기나 소설은 아니고 스스로에게 채팅을 쳐 보내 듯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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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거기에 담긴 감정에 맞게 멜로디를 얹어 뱉으니 본인 스스로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게 되었어요. 너무 힘들고 아파서 뱉은 노랫말들이 다시 돌아와 그 말들을 누군가 제게 해주는 것 같더라고요. 내 상황을 노래해 주고, 이해해 주고 말해주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죠. 그렇게 노래를 쓰는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었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게 되었어요.

뮤지션으로 활동을 하다 스트리머로도 활동을 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음악 활동에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음악 하는 모습을 스트리밍을 통해 보여 주는 게 어떠냐고 주위에서 많이 추천을 했어요. 홀로 음악을 하다 보니 홍보도 할 줄 모르고 제 능력이 안 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래서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는 방법으로 스트리머 활동을 했죠.

그때 저를 응원을 해주는 분들이 생겼고, 지금까지도 제 음악 활동을 지지해 주시고 계세요. 아마 스트리머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제가 음악을 하지 않고 있을지도 몰라요. 제 스스로의 능력이 의심스럽고 혼란스러울 때, 항상 그 자리에 계신 분들의 지지가 저를 계속 노력하게 만들어 줬어요.

지금은 정기적으로 스트리밍을 하고 있진 않고요. 생존 신고 정도의 낮은 빈도로 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도 저를 찾아주는 분들과 소통할 수 있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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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프리지본'의 멤버로도 활동하고 계시는데 어떤 곳인지,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프리지본'은 보컬, 랩, 비트박스, 가야금, 비보이 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모인 융복합 예술단체입니다. 댄스가 주제로 된 음악을 만들기도 하고, 드라마틱한 주제에 퍼포먼스 음악을 만들기도 합니다.

저는 이 그룹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강렬한 음악, 귀엽고 통통 튀는 음악, 정서적이고 차분한 음악을 모두 대할 수 있어요. 저는 그 안에서 래퍼, 비트박서들의 강한 흐름 중에 분위기 환기가 되는 '킬링파트'(웃음)를 맡고 있는 편입니다. 또 보컬 곡의 작사, 작곡과 실연을 맡고 있습니다.

발매하신 음원들 중에는 작곡, 프로듀싱에 직접 참여한 곡들도 눈에 띄는데요.

제가 작곡한 곡들의 경우, 곡의 전반적인 주제와 드라마를 짜고 곡의 기승전결과 구성 진행을 만들어 가는데 참여했습니다.

작곡, 프로듀싱에서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면 음악적 완성도라고 하겠지만, 그건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해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곡을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을 제대로 담는 것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곡마다 하나의 작은 드라마를 가지고 있다 보니 화자를 세워 캐릭터를 부여해야 가사와 멜로디가 나오는 편이어서, 첫 시작점에 주제에 맞는 주인공을 이미지화하는 것에 힘을 들이는 편입니다.

지난 4월에 발매하신 'Hangman'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Hangman'은 펑키하면서도 우리나라의 정서가 담긴 곡이에요. 낯선 음악인데, 또 익숙하고. 그 익숙함 속에서도 낯섦이 느껴지는 곡이에요. 그에 맞게 노래 가사도 모순을 많이 섞었죠.

열정적으로 타오르다 식어버림을 받아들이는 일반적인 연인들의 모습을 냉소적으로 대하면서도, 그런 연애를 못 하는 자신을 비참하게 느끼는 보컬을 표현했는데요. 'Hangman' 속의 화자는 연인이었을 상대방을 완전히 내 사람처럼 받아들이지도 못해, 상대방에게도 자신에게도 서로 외로운 연애가 되는 것에 점점 지치고 사무쳐 하고 있습니다.

그 화자의 말들을 곡에 담아 작은 드라마처럼 표현하려 했어요. 첫 싱글 앨범이었던 ‘불나방’의 화자가 시간이 흐르고 난 뒤의 이야기 같은 느낌이에요.

이 곡은 프리지본에서 함께 활동 중인 루팡 님과 선주 님이 함께한 곡이라, 처음부터 가야금 파트를 넣기로 정해져 있었어요. 미국 서부 남자의 걸음걸이를 상상하다가도 툭 튀어나오는 가야금의 독특한 분위기 덕분에 모순적인 느낌에 대한 영감을 받아 곡의 주제를 위처럼 정하게 되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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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영역이 다양하신 것 같은데요. 아티스트로서 어떤 모습을 지향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다양한 걸 해보는 게 재밌어요. 전혀 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 노래를 하기도 하고, 프리지본이나 '도시산조'(가야금 연주자 박선주가 이끄는 프로젝트)를 통해 제가 쓰고 표현할 수 있는 장르의 폭을 넓히고 있고요.

뭐든 잘 해내고 싶어요. 그리고 창작을 통해 내가 나로서 표현되고, 노래하는 치비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희망 사항인데, 사람들에게 어떤 분위기나 느낌에 대해 이거 ‘치비같다’, ‘치비같은 느낌이 있다’라고 표현한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다양한 분들과 새로운 작업을 하는 것도 희망하고 있고요. 많은 공연과 음반 활동을 이어 나가고 싶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아주 힘든 시간에 써 내려갔던 곡들을, 지금의 나를 자유롭게 해준 애정하는 노래들을 정규에 담아낼 생각입니다.

그리고 올해 안에 '도시산조'와 함께 만든 신곡 '무'를 발매할 예정이니, 관심 가져주시고 들어주시면 너무 감사하겠습니다. 프리지본의 신곡도 녹음을 마쳤으니 올해 안에 발매되었으면 좋겠네요. 11월엔 작년처럼 단독 콘서트도 합니다. 꾸준히 공연 활동 이어갈 예정이니 많은 분들이 보러와 주시고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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