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과오-자고로 반복되는 인생의 흐름, 싱어송라이터 양동욱 인터뷰

그리스어로 'psyche(정신)'과 'd'elsos(눈에 보이는)'를 결합한 단어인 '사이키델릭(Psychedlic)'은 60년대 후반 록 음악에 큰 영향력을 미친 장르다. 그 당시 밴드 음악에 영향을 받은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사이키델릭의 잔재가 남아 있을 것이다.

특히, 강렬한 감정을 몽환적인 사운드에 담아 전달하는 사이키델릭 록 사운드는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든 여운을 남기곤 한다. 양동욱의 음악에서도 단순히 기술적인 특징을 넘어 전달되는 메시지와 감정에서 그 자체로 '사이키델릭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작년 11월에 발표한 양동욱의 EP [과오(過誤)]는 '탄생-과오-자고'로 반복되는 인생의 흐름을 표현한 두 번째 시리즈다. 마지막 [자고]를 남겨두고 있는 지금, 그의 음악 세계에 대해 알아보자.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기반으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양동욱입니다!

전에는 'Woogie-D'라는 이름의 밴드로 활동을 했었는데요. 현재는 제가 사이키델릭 장르의 음악적 색깔과, 가사에 담는 메시지 및 가치관 등 저의 예술 활동 방향이 정립됐다고 확신이 들어 솔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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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포문화재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처음 음악을 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언제부터 사이키델릭에 빠지게 되셨는지도 궁금한데요.

유치원 때 집에 팝 모음집 CD 세트가 있었는데, 유치원을 다녀오면 혼자서 꼭 그걸 틀어놓고 듣던 기억이 있어요.

그러다 중학교 때 처음 기타를 배우면서 기타 연주 영상을 찾아보다가, 지미 핸드릭스가 'Johnny B. Goode'를 부르는 영상을 우연히 봤어요. 그런데 제가 유치원 때 들었던 그 음악인 거예요. "어! 이 노래!?"하고 깜짝 놀라면서 순간적으로 혼자 음악을 듣던 그 당시로 훅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렇게 지미 핸드릭스에 푹 빠졌고 다른 음악도 찾아서 듣다가 60, 70년대 음악에 매료됐죠. 지미 핸드릭스, 크림, 펑카델릭 등 그 당시 음악을 많이 찾아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사이키델릭, 블루스 쪽 스타일에 영향을 받게 된 것 같아요.

음악에 영향을 준 아티스트는 누구누구가 있나요?

위에서 언급한 지미 핸드릭스를 비롯해 비틀즈,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기타리스트인 존 프루시안테한테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제 음악에는 전자 음악 요소들도 많이 사용되는데, 존 프루시안테 같은 경우 전자 음악가로도 활동하고 있어서 그 부분까지도 영향을 받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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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양동욱.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리고 저의 친형이 서태지 음악을 많이 들었는데요. 저도 옆에서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태지의 영향도 스며들어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저도 너무 좋아하는 뮤지션이 되기도 했고요. 이들의 음악적 표현법이 제게 큰 양분이 되어 지금의 음악 스타일을 만들고, 표현하는 데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음악 말고 다른 예술 분야에서도 영감을 받는 것이 있나요?

음악이 아닌 예술 분야에서는 이미지적인 부분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은데, 예술 분야라고 하면 시각예술 부분에 영감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저는 사운드를 만들 때 시각, 촉각, 공감각 등 다양한 감각적인 부분을 상상하면서 작업을 해요. 저의 친형은 ‘동자동휘’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작가인데요. 형의 그림을 많이 보기도 하고, 협업으로 교류가 있다 보니 음악적 표현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더 신경 쓰게 된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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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소동프라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곡 작업에 있어서 자신만의 특징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첫 번째로는 설득력 있는 사운드에요. 저는 어릴 때부터 개성 있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는 욕구가 컸는데요. 그렇게 되려면 누군가가 들었을 때 특색 있지만, 듣기 좋다고 느껴야지 개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설득력 있는 사운드라고 생각하는데요. 음악 속에서 저의 개성이 듣기 좋게 녹아들도록 신경 쓰면서 작업하려고 노력합니다.

두 번째는 들을수록 재밌거나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 또한 여러 아티스트의 음악을 듣다 보면 재미있고 새로운 부분에서 감동을 받고 좋아하곤 해요. 저도 연주에서 아주 디테일하게 신경을 쓴다던가 강한 변화를 주기도 하고요. 혹은 작게 들리는 소리를 많이 넣어서 들을수록 새롭고 재밌게 하는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기타나 신디사이저 등 악기에서 나오는 사운드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어떻게 사운드 메이킹을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음악을 들었을 때 청각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촉각이나 공감각 등 다양한 감각으로 느껴지게끔 생각하며 사운드 메이킹을 해요.

예를 들어, EP [과오]에 수록된 곡 중 '뱀'은 욕심을 주제로 만든 곡인데요. 베이스는 덩어리지고 끈적거리는 불쾌감을 표현하고 싶었고, 신디사이저는 복잡하고 오묘한 심경이 느껴지는 보라색 배경 같은 느낌을 줬어요.

그리고 기타는 리버스를 걸어서 마치 뱀의 움직임 같이 느껴지도록 만든다거나, 분노가 담기도록 강하게 피킹 하모닉스를 사용하기도 했고요. 이런 식으로 감각적인 부분을 상상하면서 사운드 메이킹을 합니다.

밴드로 활동할 때와 솔로로 작업할 때의 차이가 있다면?

저한테는 감정적인 부분이 제일 다른 것 같아요. 밴드는 작업할 때 소통이나 연주 합을 맞출 때 매초, 순간 마다 즉각적인 반응에 따라 새로운 것들이 나오는데요. 그게 좋기도 아쉽기도 하거든요.

멤버들과 서로 좋은 부분에 대해 공통된 감정을 느낄 땐 너무 짜릿하고 통쾌한 감정을 느끼는데, 의견이 다르거나 합이 맞지 않을 때도 있죠. 서로 최대한 정중하고 매너 있는 표현으로 '너무 별로인 거 같아요'라고 웃으며 얘기하기도 하고요. 그런 감정적인 부분들이 제일 다른 거 같아요.

물론 이 모든 작업 과정이 너무나 가치 있고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종종 주기적으로 '밴드 해볼까?'라는 생각을 혼자 하곤 합니다. (웃음)

그동안 발표한 곡 중 기억에 남는 곡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아무래도 최근에 발표한 EP [과오]에 수록된 '자국'이란 곡이 기억에 남아요.

정말 힘들었던 어느 날, 집에 돌아와 통기타를 녹음하고 그 위에 일렉기타를 정말 '기분대로' 쳐댔던 날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남겨놓고 나중에 들어보니 굉장히 좋더라고요.

저는 앨범 발매에 있어 스스로 정해 놓은 틀이 있는데요. 다듬어지지 않은 음악, 그리고 감정을 넘어 스스로 생각하기에 그 안에 긍정적인 가치가 존재해야 공식적으로 발매할 수 있는 음악이라고 정한 게 있어요.

그런데 '자국'이란 트랙은 첫 테이크의 느낌이 너무 좋아서 수정이 안 되는 음악이었어요. 그리고 단순히 감정만 담은 음악이었고 긍정적인 가치도 모르겠었거든요. 그래서 이 트랙을 EP에 수록할까 말까를 많이 고민했어요.

하지만 EP [과오]에 수록된 곡들이 제 인생에서 혼란스럽고 복잡했던 시기에 만든 음악들이었는데, 그 절정에 있었을 때가 바로 '자국'을 녹음했던 때였어요. 이 트랙이 있어야 비로소 EP가 완성될 것이라고 생각해 결국 수록곡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어요.

근데 음반을 들어주신 많은 분들이 '자국'을 듣고 위로를 많이 받았다는 얘길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가치라는 건 모두가 매기는 것이고, 그 단어에 빠져서 나의 표현을 좁게 가두지 말자고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 계기가 바로 '자국'이었죠. 그래서 고맙기도 하고, 음반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곡이에요.

EP [과오]에 대해서도 소개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과오]는 오래전부터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기와, 저의 음악적 표현을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채워 넣은 음반입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재밌는 음반이 될 거에요. 많이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의 활동 방향이나 목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최근에 발매한 [자고], [과오] EP는 인생의 흐름이라는 내용으로 기획해 발매하고 있는 시리즈인데요. 마지막으로 [탄생]이라는 EP 타이틀을 남겨 놓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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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소동프라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람은 '탄생'하고, 인생을 살며 '과오'를 저지르고, 내 모습을 돌이켜보고 반성하며 '자고'하여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하고… 우리들은 '탄생-과오-자고'하고 다시 '탄생-과오-자고'를 반복하며 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하면서 살아간다 생각해요. 이런 인생의 흐름을 담아 필요할 때 꺼내 들을 수 있는 [탄생]-[과오]-[자고] 시리즈를 완성시키는 게 저의 첫 번째 목표에요.

이 시리즈가 완성되기 전에도 싱글을 계속 발매하며 음반 활동은 이어가려 합니다. 곧 있으면 여름에 어울리는 곡도 나올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는데, EP [과오]의 굿즈가 곧 발매됩니다!

작가 동자동휘, 고땜무, 의상 디자이너 서현, 금속 공예가 나나예림과 함께 만든 아티스트 굿즈가 발매를 앞두고 있습니다! 아트 디자인 CD 앨범 [과오]와 키링, 반지 등 멋진 굿즈가 곧 발매되니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굿즈는 소동프라자 웹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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