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플러그인이란 이런 것, Sonimus SonEQ 리뷰

Sonimus의 SonEQ는 제가 믹싱을 처음 막 시작했을 때 많은 도움을 준 플러그인입니다. SonEQ는 적절한 Input Gain의 활용, 유연한 풀텍 스타일 EQ, 부담스럽지 않은 배음 효과까지 제공해줘 무료 플러그인임에도 불구하고 꽤 오랫동안 사용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에게 SonEQ의 기억은 좋은 플러그인이란 어떤 요소를 가져야 하는지 판단하는 시금석이 됐습니다. 좋은 기회로 Sonimus로부터 SonEQ 2의 NFR(Not For Resale) 라이선스를 제공받아 리뷰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이 링크에는 제휴 코드가 없으며, 광고성 리뷰가 아님을 밝힙니다.) SonEQ 2가 일반적인 Pultec 스타일 이퀄라이저와 비교해서 어떤 점이 돋보이는지와 함께, SonEQ 무료 버전에 대해서도 언급해 보겠습니다.


Pultec 스타일 EQ에 대해서

우선 오디오 믹싱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도구 중 하나인 Pultec EQ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소위 '패시브 EQ'라고도 불리는 풀텍 이큐는 특유의 독특한 작동 방식으로 엄청나게 많은 인기를 누린 아날로그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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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ulse Techniques

Waves, UAD를 비롯해 수많은 플러그인 제조사에는 풀텍 스타일 EQ가 하나씩은 출시되어 있곤 합니다. 풀텍 이큐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저음역대를 부스트 하는 동시에 동일한 주파수를 컷하는 기술입니다.

얼핏 보기에 100Hz를 컷하고 동시에 100Hz를 부스트 하면 결과는 0이 될 것 같지만, 풀텍 EQ에서는 독특한 곡선이 생겨 부드럽게 저음을 부각시키면서도 중저음역대를 과하지 않게 다듬어줍니다. 이 효과는 특히 보컬 트랙에서 매우 유용하게 쓰이기도 했습니다.

아래와 같은 제품들이 풀텍 스타일 EQ 플러그인입니다.

  • Universal Audio Pultec Passive EQ Collection
  • Waves PuigTec EQs
  • Softube Tube-Tech PE 1C
  • IK Multimedia EQP-1A
  • Nomad Factory Pultec EQs
  • Logic Pro Vintage Tube EQ
  • Acustica Audio COFFEE The Pun

SonEQ 2의 기본 인터페이스

SonEQ 2는 위에서 나열한 제품들처럼 멋진 Pultec 이퀄라이저의 디자인을 뽐내진 않습니다. 오히려 디지털 이퀄라이저처럼 보이는 현대적인 디자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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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SonEQ 2는 분명히 풀텍 EQ의 기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맨 왼쪽에 있는 'LOW' 모듈은 20, 30, 60, 100Hz를 선택해 부스트와 컷을 동시에 걸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 옆의 'LOW MID'와 'HIGH MID' 모듈은 풀텍 EQP-1A의 중간 영역처럼 중음역대를 조절할 수 있게 합니다. 그런데, EQP-1A는 오직 중음역대의 부스트만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MEQ-5라는 다른 장치를 통해 중음역대를 컷할 수 있게 해놨습니다.

SonEQ 2의 LOW MID와 HIGH MID는 이 부분에서는 풀텍의 접근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SonEQ 2 매뉴얼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SonEQ 무료 버전의 매뉴얼에는 이 플러그인이 API-550 이큐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을 언급하고 있는데요. SonEQ 2의 MID 모듈도 API-550처럼 중음역대를 컷, 부스트 할 수 있습니다.

특히 LOW MID는 API처럼 Proportional Q 방식(게인이 높아질수록 Q값도 높아지는)으로 작동해서 매우 음악적인 이큐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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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W MID는 45~4000Hz를 조정할 수 있어 원하는 영역을 줄이거나 높이는 것도 가능하지만, MEQ-5의 'DIP' 처럼 과한 중음역대를 덜어내는 데 유용합니다. HiQ 버튼으로 더 좁은 범위의 주파수 대역을 컨트롤할 수도 있습니다.

400~9000Hz를 조정할 수 있는 HIGH MID는 마찬가지로 컷, 부스트 방식으로 모두 사용할 수 있지만, 풀텍 EQP-1A처럼 중고음역대를 들어 올리는 데에도 잘 어울렸습니다. (인터넷에서는 Massive Passive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 말도 들었지만 정확하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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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W MID와 HIGH MID는 중음역대를 다재다능하게 컨트롤할 수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마치 EQP-1A와 MEQ-5를 하나로 합쳐 사용하는 듯한 느낌을 받아 매력적이었습니다. 디지털 플러그인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사용자가 원하는 이큐 스타일을 쉽게 재현할 수 있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HIGH' 모듈 역시 6k, 8k, 12k, 15k를 선택해 부스트 또는 컷할 수 있습니다. HIGH MID 모듈을 부스트 용도로 사용한다면 HIGH 모듈에서 컷을 해주거나, 그 반대의 역할로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Air' 대역을 살짝 강조하는 역할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독특한 기능들

SonEQ 2는 위의 4가지 모듈의 활용만으로도 아날로그 방식의 이퀄라이징을 현대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외에도 주목할 만한 독특한 점들이 있습니다.

드라이브 모듈

맨 오른쪽에 있는 PREAMP 모듈은 대부분 아날로그 모델링 플러그인에 구현되어 있는 배음 추가 기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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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그인에서 배음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궁금하시다면 이 기사를 읽어보세요.

DRIVE 노브를 올리면 배음이 추가되는데 아주 과한 디스토션은 아닙니다. DRIVE가 0이면 SonEQ 2는 디지털 장비처럼 깨끗하게 작동합니다.

또한 DRIVE 노브는 저음역대를 살짝 들어 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트랙이 묵직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감안해서 다른 EQ 모듈과 병행해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매뉴얼에서는 'Low's Exciter'라고도 표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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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W'라는 기능은 조금 생소할 수 있습니다. 위상 왜곡을 통해 심리적으로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사운드 효과를 줄 수 있다는데요. 단, 위상 캔슬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개별 트랙에는 걸지 말고 최종 마스터 버스에서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모듈 재구성, 추가, 삭제

기본적으로 플러그인을 켜면 LOW, LOW MID, HIGH MID, HIGH, PREAMP 모듈이 불러와져 있는데요. 이 모듈들은 순서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다만 라우팅 순서가 바뀌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시각적 편의를 제공하는 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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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을 제거하거나 추가하는 것도 가능한데요. 독특한 점은 똑같은 모듈을 여러 개 추가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아래 그림처럼 똑같은 LOW MID 모듈을 10개 넘게 불러오는 것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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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SonEQ 2는 풀텍, API 같은 고전적인 아날로그 하드웨어처럼 사용할 수도 있지만, 사용자의 입맛에 따라 새로 디자인된 아날로그 이퀄라이저로 탈바꿈할 수도 있습니다.

음악적인 Q값

아날로그 EQ의 특징 중 하나는 음악적으로 설계된 주파수 대역폭입니다. 대개 디지털 이큐에서 생성되는 밴드들은 모두 동일한 알고리즘으로 Gain과 Q를 조정하게 됩니다.

하지만 SonEQ 2에는 LOW MID와 HIGH MID가 서로 중첩되는 주파수 대역을 갖고 있음에도 서로 다른 역할을 가집니다. 예를 들자면, LOW MID도 1000Hz를 줄일 수 있고, HIGH MID도 1000Hz를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둘은 게인에 따른 Q값의 변화 방식을 서로 다르게 구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LOW MID는 같은 게인값의 변화에도 좀 더 민감하고 과격하게 톤 변화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반면 HIGH MID는 대체적으로 완만하고 부드러운 곡선을 만들어 자연스러운 톤 변화를 만드는 데 유리할 수 있습니다.

오버샘플링과 CPU 소모

SonEQ 2는 기본적으로 x2 오버샘플링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x2 오버샘플링에서 CPU 소모는 개별 트랙 기준으로 0.35%였으며, 오버샘플링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0.17%였습니다. 제일 높은 오버샘플링 수치인 x16을 설정하면 전체 CPU의 2%를 소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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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샘플링은 배음이 만들어지는 아날로그 모델 플러그인에서 앨리어싱을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SonEQ 2는 과격한 왜곡 효과를 주는 플러그인은 아니지만, 활용 방식에 따라 오디오 품질을 보장하는 데 좋은 역할을 해줄 수 있습니다.

SonEQ 무료 버전과 차이점

전반적으로 SonEQ 2는 무료 버전에 비해 더 많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됐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SonEQ 무료 버전이 중음역대를 컨트롤할 수 있는 밴드가 하나밖에 없는 반면, SonEQ 2에서는 LOW MID와 HIGH MID로 더 정밀한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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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 추가 및 오버샘플링 등의 기능을 제외하면 SonEQ 무료 버전은 SonEQ 2와 유사한 컨셉을 가집니다. 풀텍 스타일 저음 컨트롤과 중음역대 컷/부스트, Air 추가하기, 'Low's Exciter' 기능을 하는 드라이브 섹션까지 모든 핵심 기능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여타 플러그인들이 무료 버전에서 많은 제약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반해, 오히려 SonEQ는 많은 기능을 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는 느낌까지 받습니다.

반대로 SonEQ 무료 버전이 SonEQ 2보다 나은 점도 있습니다. SonEQ 2에는 Input을 증가시키는 기능이 없습니다. 무료 버전에서는 Input을 높이면서 드라이브를 올려주면 섬세한 새츄레이션이나 강한 왜곡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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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제 생각에 SonEQ 2처럼 유료로 플러그인을 구매하는 경우에는 이미 믹스에서 어느 정도 게인 스테이징을 잘 처리했을 것으로 여긴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SonEQ 2에는 내장 VU미터도 없습니다. SonEQ 무료 버전이 초심자에게 새츄레이터+EQ의 기능을 제공한다면, SonEQ 2는 정교한 이퀄라이징에 집중하는 것을 목표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아날로그 플러그인'을 쓰는 이유

사실 원리만 알고 있다면 DAW에 내장된 번들 이퀄라이저로도 위에서 언급한 아날로그적인 접근 방식의 이퀄라이징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IVGI같은 무료 새츄레이터로 살짝 배음을 만들어주면 돈 주고 아날로그 플러그인을 사지 않아도 트랙을 멋지게 다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논리로 아날로그 플러그인을 그래픽 디자인과 감수성에 의지하는 돈벌이 수단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는 어느 정도 맞는 말입니다. 오히려 디지털 플러그인 시장의 발전으로 '풀텍 EQ'같은 제품들을 사용하는 데 제약이 줄어들다 보니, 아무 이유 없이 무조건 아날로그 플러그인을 선호하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무조건 소리가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믹스에 불필요한 프로세스가 많아지는 문제도 생깁니다.

위에서 언급한 '원리만 알고 있다면'이라는 말의 뜻을 생각해 봅시다. 만약 우리가 AI라면, 정말 디지털 이퀄라이저 하나만 가지고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 정해놓고 하지 않습니다. 협업 프로듀서가 새로운 것을 제안할 수도 있고, 갑자기 새로운 악기 트랙이 추가되거나, 믹스 도중 부족한 점을 깨닫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연속적이고 변화하는 것'이라는 아날로그의 의미는 방법론에 있어서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속적인 변화는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집니다. 엔지니어는 믹스와 상호작용하고, 플러그인 제조사는 의도를 가지고 만든 도구로 엔지니어와 상호작용합니다.

따라서 좋은 의미로 장비, 플러그인은 전체 사운드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고 믹스를 특징적으로 변화시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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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Will Fisher, used under CC BY-SA 2.0

한정된 주파수 범위, 의도된 Q값의 변화, 목적이 있는 인터페이스 모두 아날로그 하드웨어에서 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저는 제조사가 만든 도구에서 깊은 목적과 의도가 드러날 때 비로소 '아날로그'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SonEQ는 매우 반가운 플러그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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