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606 이상의 사운드를 제공, D16 Nithonat 2 리뷰

최근 D16에서 Roland TR-606에서 영감을 받은 가상악기 Nithonat의 두 번째 버전 'Nithonat 2'를 출시했습니다. D16 Group은 제가 이전에 마스터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무료 리미터 4가지를 통해 소개하기도 했던 무료 리미터 'Frontier'를 출시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주로 작곡가를 대상으로 드럼머신, 신디사이저 및 이펙트 플러그인을 제작하는 곳입니다.

저는 ADSR Sounds로부터 D16 Nithonat 2 출시를 기념해 NFR 라이선스(Not For Resale)를 받아 리뷰를 진행했습니다. (이 링크에는 제휴 코드가 없으며, 이 리뷰는 광고성 리뷰가 아님을 밝힙니다. ▶︎광고성 리뷰란?)


TR-606에 대해

Nithonat 2의 두드러지는 정체성은 TR-606 에뮬레이션이라는 점입니다. TR-606은 Roland에서 1981년부터 약 3년간 제작된 전설적인 드럼머신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TR-707, TR-808의 전작이기도 합니다.

샘플링이 아닌 아날로그 신디사이징을 통해 사운드를 생성하는 이런 종류의 드럼 머신은 흔히 '저렴한 소리'가 난다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처음 TR-606이 출시됐을 때는 큰 인기를 얻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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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idas Wouters, used under CC BY-SA 3.0

하지만 이후에 전자음악 뮤지션들을 중심으로 TR 시리즈의 진가가 재발굴됩니다. 특유의 묵직한 킥과 거친 스네어, 가볍고 날렵한 하이햇 소리는 지금까지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뉴진스의 'How Sweet'가 TR-808 중심의 마이애미 베이스 사운드로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주로 힙합과 일렉트로닉에서 많이 사용되는 TR-808('808 베이스'라는 것도 여기서 기원했습니다)이 가장 유명한 편이지만, TR-606은 더 기본적인 조작을 갖고 있으며, 808보다 공격적이고 거친 톤을 가지고 있다는 평이 많습니다.

Roland 드럼머신 방식 가상악기의 사용 방법

Roland Cloud의 제품들처럼 D16 Nithonat 2도 기본적으로 DAW에서 재생을 누르면 플러그인에 지정되어 있는 시퀀서 패턴으로 리듬이 재생됩니다.

일반적인 드럼 가상악기처럼 사용하려면 INT. SEQ.를 선택 해제시켜 시퀀서 창을 축소시키고 미디 컨트롤러를 직접 연주해 드럼을 녹음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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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장 시퀀서에서 패턴을 만들며 사용하는 것이 원래 TR 시리즈의 매력을 잘 느낄 수 있는 방법일 것입니다.

Nithonat 2의 인터페이스 소개

Nithonat 2를 처음 불러오면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흔히 아는 TR-606의 단순한 인터페이스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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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thonat 2의 세부적인 조작 방법이 궁금하시다면 공식 매뉴얼을 정독하길 권장합니다. 여기서는 이 드럼머신을 바로 조작할 수 있는 특징적인 인터페이스만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Nithonat 2는 크게 Sound Control 섹션, Internal Sequencer 섹션으로 나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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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플러그인의 화면이 너무 크다면(컴퓨터 모니터 해상도가 작다면) GUI를 사이즈를 줄여줄 수 있습니다.

Sound Control 섹션

프리셋 : SCENE과 DRUM KIT

이 복잡한 플러그인을 가장 쉽게 사용하는 방법은 바로 맨 상단에 있는 SCENE과 DRUM KIT을 통해 Nithonat 2의 전반적인 성향을 파악해 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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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은 플러그인의 모든 설정을 바꾸는 '프리셋'입니다. SCENE을 바꾸면 모든 사운드 설정과 시퀀서가 바뀌게 됩니다.

반면, DRUM KIT은 사운드만 바꾸고 시퀀서 설정은 그대로 놔두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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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사운드 디자인은 SYNTH, STRIP MASTER BUS, TRIGG. MIDI 탭에서 조작하게 됩니다. 우측 MASTER 노브 옆에 있는 버튼을 눌러 각 섹션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SYNTH

드럼 사운드를 가장 직관적으로 바꿀 수 있는 곳입니다. TR-606의 기본 악기 구성인 베이스 드럼, 스네어, 로우 탐, 하이 탐, 클로스드 하이햇, 오픈 하이햇, 심벌을 각각 LEVEL, TUNE, DECAY, ATTACK 등의 노브를 이용해 소리를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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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네어와 탐에는 SNAPPY라는 이름의 트렌지언트 조작 노브가 있습니다. 탐과 하이햇끼리 동시에 연주될 때 나머지를 뮤트시키는 CHOPKE 버튼도 있습니다.

또한 상단 M, S 옆의 작은 구멍을 클릭하면 해당 악기를 뮤트 또는 솔로 시킬 수 있습니다. 이 버튼들은 DAW처럼 클릭에 즉각 반응하지 않습니다. 시퀀서가 재생되고 있다면 박자에 맞춰 뮤트, 솔로 버튼이 활성화돼 라이브 하듯이 음악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STRIPS

STRIPS는 본격적으로 각 악기의 소리를 세부적으로 다듬을 수 있는 섹션입니다. 여기서 컴프레서, EQ를 걸 수 있으며, 미리 만들어져 있는 프리셋을 고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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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O OUTBUS SEND는 해당 악기의 라우팅을 설정합니다. AUDIO OUT에서는 악기 소리가 MASTER로 가게 할 지 BUS1, BUS2로 가게 할 지 결정할 수 있으며, BUS SEND에서는 BUS1과 BUS2에 가게 할 수 있습니다.

즉 하나의 드럼 파트 사운드를 MASTER에만 보내거나, BUS1에만 전달되게 할 수도 있고, MASTER 없이 BUS1과 BUS2를 거치게 하는 등 다양한 라우팅이 가능합니다.

MASTER B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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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thonat 2의 최종 사운드를 조작하는 곳으로써, 3개 주파수 영역을 조정할 수 있는 멀티밴드 컴프레서가 있습니다. 이로써 다소 단조로울 수 있는 빈티지 TR-606 사운드를 현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바꿔줄 수 있습니다.

TRIGG. MI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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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퀀서 모드를 사용하지 않을 때 직접 미디 컨트롤러로 드럼 연주를 할 수 있도록 MIDI MAP 설정이 가능합니다. 또한 트리거 기능으로 특정 소리를 연주할 때 다른 라우팅 경로를 추가할 수 있는데요. 이를 사운드 보강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FX 버스

하단에는 두 가지 FX 버스가 있습니다. 좌측의 BUS1은 딜레이, 코러스, 필터, 이큐, 컴프레서로 구성되어 있고, BUS2는 디스토션, 비트 크러셔, 리버브, 컴프레서, 이큐가 있어 서로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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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다면 BUS1에 있는 FX를 BUS2로 옮기거나, 같은 버스 안에서 순서를 바꾸는 것도 가능한데요. 다만 각 위치의 FX 효과들을 다른 것으로 교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여러 개의 동일한 FX 효과를 추가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즉, 정해진 FX 안에서 제약을 갖고 사운드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아날로그'스러운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Internal Sequencer 섹션

Internal Sequencer에서는 마우스로 격자 위를 클릭해 비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혹은 사전 설정되어 있는 패턴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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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사운드를 솔로 및 뮤트할 수도 있으며, 벨로시티 조정도 가능합니다. 또한 한 칸에서 두 번, 세 번, 네 번 연주될 수 있게 하는 서브스텝 기능도 있습니다.

그 외 다양한 설정이 있지만, 여기서 하나하나 언급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일부는 직관적으로 용도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다소 모호한 기능도 있기 때문에 꼭 매뉴얼을 참고해 보시길 바랍니다.

사운드 샘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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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thonat 2의 장점

우선, TR-606이라는 고전적인 악기에서 영감을 받은 플러그인치고 활용도가 매우 높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오리지널 TR-606과 비교할 때, 사운드 디자인에 활용할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만약 Roland Cloud의 TR-606 플러그인을 사용한다면, 이 단순한 606 사운드에 풍미를 더하기 위해(물론 빈티지한 사운드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추가로 세츄레이터, 멀티밴드 컴프레서, 딜레이, 리버브 등 다른 플러그인들을 불러와야 할 것입니다.

Nithonat 2는 이 모든 추가적인 FX 효과들을 한 플러그인에 모두 모아놨다는 느낌을 줍니다. 마치 하나의 스튜디오 랙 장에 TR-606과 각종 아웃보드를 모아놓은 세트 같습니다.

또한 많은 프리셋이 준비되어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실제로 이 프리셋들은 Nithonat 2에 구현되어 있는 사운드 디자인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종류의 사운드를 제공합니다. 시퀀서의 패턴이 어느 BPM에 어울리는지 분류되어 있는 것도 편리한 점입니다.

Nithonat 2의 단점

하지만 TR-606의 장점 중 하나인 '단순함'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진 면이 있습니다. 또한 폭넓은 사운드 메이킹이 가능해지긴 했지만, '아날로그한 세팅'을 추구하다 보니 조작이 직관적이지 않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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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and Cloud 버전의 TR-606 인터페이스.

물론 이는 플러그인을 대하는 성향 차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TR-606의 '단순함'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졌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Roland TR-606과 비교하면?

따라서, 오리지널 하드웨어의 제작사 Roland가 직접 소프트웨어 버전으로 만든 Roland Cloud TR-606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Roland TR-606은 플러그인에서 드래그 앤 드롭으로 바로 미디 패턴을 DAW 프로젝트에 불러오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는 D16 Nithonat 2에서도 가능합니다만, Roland는 한 걸음 더 나가서 합쳐진 2트랙 오디오 클립으로 불러오는 것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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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Roland는 조작이 더 단순하고 사운드 디자인도 한정적입니다. Nithonat 2에서는 훨씬 다양한 톤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샘플의 퀄리티만 보자면, Roland가 더 직관적으로 듣기 좋은 톤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활용 용도는 Nithonat 2가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습니다. Roland TR-606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꽤 제약이 많습니다. Nithonat 2는 시작점이 TR-606이라는 점만 같을 뿐, 사용자에 따라 다른 악기로 재탄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TR-606 같은 빈티지 악기에는 세츄레이터나 공간계 FX를 추가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Roland TR-606에는 정말 오리지널 악기처럼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서드파티 플러그인을 추가로 활용해야 합니다. Nithonat 2에는 다양한 FX 장치가 있으며, 이를 활용한 프리셋들을 통해 훨씬 듣기 좋게 다듬어진 TR-606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Nithonat 2를 추천하는 대상

단순한 TR-606 사운드를 원한다면 굳이 Nithonat 2가 필요 없을지도 모릅니다. 인터넷에 많이 돌아다니는 오리지널 606 샘플링 소스를 다운받아 샘플러에 불러와도 됩니다.

Nithonat 2는 단순한 606 그 이상의 기능을 선사합니다. TR 시리즈의 작동 방식과 사운드 감성을 추구하면서도, 비트 메이킹 및 작곡에서 현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드럼 머신을 찾고 있다면 Nithonat 2는 개성 있는 사운드를 만들어내기에 안성맞춤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