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 전공생의 진로 방향들

매년 수많은 학교에서 음향 엔지니어를 전공한 학생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들이 처음 음향 엔지니어를 전공으로 선택하게 된 계기도 다양할 것이다.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전공하다 관련된 직업을 찾다 보니, 공연장 뒷좌석에 대형 콘솔에 앞에 서 있는 것에 대한 신비감과 동경, 스태프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일하는 모습 등 여러 가지 사연과 이유로 음향 전공을 선택하게 됐을 것이다.

이들은 전문대에서는 2년, 일반 대학에서는 4년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의 전공 공부를 하고 졸업한 뒤 현직에 뛰어들게 된다. 대부분 마지막 학기 혹은 졸업하는 해가 되면 진로에 대한 막막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crop businessman signing contract in off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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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또한 같은 고민을 했었고 지금까지 주변 사람들의 비슷한 고민과 다양한 선택을 많이 봐왔다. 음향 전공생들의 막막함을 해소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간 필자가 느낀 음향 전공생의 몇 가지 진로 방향에 대해 가볍게 정리해보고자 한다.


PA 엔지니어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아닐까 싶다. PA(Public address)는 공연장, 야외무대 등 넓은 공간에서 확대되는 오디오를 말한다. 실내 공간, 야외에서 행사나,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을 때 주변을 돌아보면 뒤쪽에서 큰 장비를 조정하고 있는 사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업무는 PA에서 하우스 오퍼레이터를 담당하고 있는 감독이다.

crop faceless audio engineer working on soundboard console during conc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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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자세하게 들어가 보면 음향 시스템을 총괄하는 시스템 엔지니어, 무선마이크 주파수를 담당하는 RF 엔지니어, 무대 전반의 음향 진행을 돋는 스테이지 크루 등으로 여러 가지 역할이 있다. 하지만 인력 및 여러 가지 이유로 다양한 일을 한 번에 하는 경우가 많으며, 오퍼레이터를 제외한 일들은 대부분 겸업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스튜디오 엔지니어

음악의 후반 작업을 진행하는 엔지니어라고 볼 수 있다. 음악을 만들고 이걸 구체화 시키고 싶을 때 스튜디오라는 공간에서 악기와 노래 등을 녹음하고 작업물로 만들어낸다. 이러한 과정 중에 녹음을 진행하고 믹스, 마스터를 진행하는 사람들을 스튜디오 엔지니어라고 통칭할 수 있다.

녹음실 같은 경우 도제(徒弟) 시스템이 주를 이루고 있다. 어시스트 엔지니어를 거쳐 레코딩 엔지니어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으며, 이렇게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믹싱 엔지니어로 넘어가고는 한다.

recording studio with ultra violet floresc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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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근래에 홈레코딩의 발달로 이러한 과정들을 작업실과 방에서 혼자 하는 경우가 많다. 접근성은 보편화되었으나 종종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매니퓰레이터(플레이백 엔지니어)

매니퓰레이터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직업이다. 대신 플레이백 엔지니어라는 말이 익숙하기도 하다. 단어 그대로 번역하자면, 연결을 해주는 로봇 같은 기계장치들을 이루는 말이다. 하지만 공연에서는 연주자와 스태프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직업이다.

그동안 2TR(투트랙)이라고 하는 음원을 재생하고 공연을 하는 시스템에서, 라이브로 구현하지 못하는 음원들을 공연에 알맞게 배치하고 조정하여 2Track이 아닌 Multi Track으로 재생하여 공연 상황에 맞게 확장성을 넓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직업 특성상 공연의 연출과정부터 밀접하게 들어가는 경우가 많으며 현장에서의 업무도 중요하지만 작업 전반에 소요되는 시간이 많은 직업이다. 스튜디오 엔지니어와 라이브 엔지니어의 경계선의 업무를 진행한다고 볼 수 있다.

방송 엔지니어

방송에서 제작, 송출을 담당하는 직업이라고 구분할 수 있다. 방송의 스튜디오 조정실에서 프로그램 제작 스텝으로 작업하며, 각 부서에서 음향을 담당하는 업무를 진행한다. 송출 전 포스트 프로덕션 작업을 거치며 편집의 과정에도 참여한다. 방송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부서마다 업무의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게 진행될 수 있다. 라디오·티비 제작, 중계 등 다양한 방송의 분야가 존재한다.

black camera recor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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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음향감독

극장, 공연장에서 상주하며 공간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각 지자체 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공연의 디자인, 오퍼레이팅의 테크니션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극장 음향시설의 책임자로 장비, 인프라 등 시설 관리를 하는 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문화재단, 기업에서 진행하는 공연이나 사업의 형태가 다르기에 근래에는 때때로 외부 공연 진행, 콘텐츠 제작, 편집, 영상 작업 등 여러 가지의 업무를 같이 진행하기도 하여 다방면에서 업무를 수행한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음향의 관련 된 업무들이 많지만 추후 기회가 되면 더 상세히 정리해볼 수 있을 듯하다.


그간 음향 업무를 배우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은, 형태가 달라 보이는 업무라도 모두 공통적인 부분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막막함에 두려워하지 말고 음향에는 다양한 업무가 존재하는 것을 알고 진로에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하나 경험을 쌓다 보면 내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아 전문 음향인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필자 또한 방황하던 시절 우연한 기회에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막연하게 감정이 앞설 때도 있었고, 누군가 길과 정보를 알려주고 제시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음향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정보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