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 믹싱에 필요한 모든 것, 오토튠(Auto-Tune) Unlimited 리뷰

요약 : Antares Auto-Tune 제품은 단순히 '오토튠' 기능만 제공하지 않습니다. Auto-Tune Unlimited에는 보컬 믹싱에 필요한 컴프레서, EQ, 리버브, 노이즈 리덕션, 새츄레이터, 더블러, 하모나이저, 보코더 등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토튠'은 다소 우스꽝스러운 단어가 됐습니다. 코미디언들이 개그 소재로 목소리를 로봇처럼 바꾸는 데 쓰이기도 했고, 사람들 사이에서는 '노래를 못하면 <오토튠>을 쓴다더라'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사실 '자동으로 음정을 맞춰서 로봇 소리가 나는' 오토튠은 특정 기법이 아닌 Antares 브랜드의 상품명입니다. T-Pain이 앨범에서 의도적으로 사용한 것이 계기가 되어 'T-Pain 효과' '오토튠 효과'로 불리고 있습니다.


음원 제작에 필수적인 음정 보정

저 또한 음원을 제작할 때 필수적으로 보컬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노래를 잘 하든 못 하든, 현대 앨범 작업에서는 대부분 음정 보정 작업을 하는 추세입니다. 노래를 못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수없이 많이 반복 재생될 음원에 담길 멜로디라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최고의 퀄리티로 만들어 놓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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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elemony

저는 오랫동안 오토튠 대신 Melodyne을 사용해 왔습니다. 아마 '오토튠'에 대한 희화화도 영향이 있었나 봅니다. 왠지 오토튠은 '웃긴 로봇 소리'를 내주는 장난스러운 물건이라고 여긴 것 같습니다. 물론 장르의 차이도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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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ntares

그동안 Antares는 꾸준히 새 플러그인들을 출시해 왔는데, Celemony가 Melodyne 제품 하나에 집중하는 것과는 대조되는 행보입니다. 마침 Auto-Tune 제품군에 대해 궁금증이 많았는데, 운이 좋게도 Plugin Boutique에서 리뷰 요청을 해주셨습니다. 이번 기회에 Auto-Tune의 모든 제품을 사용해 보고 평가를 남기고자 합니다.

저는 Plugin Boutique를 통해 Antares Auto-Tune Unlimited의 NFR(Not for resale) 라이선스를 제공받고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이 링크에는 제휴 코드가 없으며, 광고성 리뷰가 아님을 밝힙니다. ▶광고성 리뷰란?)

Auto-Tune Unlimited 구성 제품

Auto-Tune은 단품으로 영구 라이선스를 구매할 수도 있지만, 월 결제로 플러그인을 사용할 수 있는 구독 상품을 주 판매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몇 종류의 구독 상품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Unlimited 상품 하나만 존재합니다. 월 2만 원대의 금액으로 모든 제품을 사용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유저들을 Auto-Tune 생태계에 유입시키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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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ntares

Unlimited에는 총 23가지 플러그인이 포함됩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플러그인 21가지에 샘플러 'Slice'와 Avid DSP 전용 플러그인 'Auto-Tune Hybrid'가 있습니다.

사실 이 플러그인들의 이름만으론 구체적인 용도를 알기 어려운 것도 있었고, 공식 홈페이지를 제외하면 인터넷에서 이들에 대한 설명을 찾아보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이참에 모든 플러그인들을 한번 사용해 보고 간략한 소개를 하고자 합니다.

저는 이 플러그인들을 크게 '음정 보정' '특수 효과' '음질 개선' 더블링 및 화음' '보컬 믹싱' 제품으로 나눠 봤습니다. Slice에 대해서도 간단히 알아보고, 프로툴즈 전용인 Hybrid는 특별히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음정 보정 기능 Auto-Tune 제품들

Antares의 핵심 제품군인 Auto-Tune 시리즈입니다. 크게 Access, Artist, Pro 버전으로 나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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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Tune Access는 우리가 아는 그 '오토튠' 효과를 가장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플러그인입니다. 사실, Access를 사용해 보면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었던 우스꽝스러운 로봇음 소리와는 달리 굉장히 세련됐다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Retune Speed를 최소로, Humanize를 최대로 적용하면 자연스러우면서도 세련된 오토튠 사운드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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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에도 일부 음을 감지 영역에서 제외시킬 수 있는 기능이 있지만, 더 정교한 작업은 Artist 버전부터 가능합니다. 소리를 더 자연스럽게 잡아주는 FLEX-PITCH를 비롯해, 보컬 사운드에 인조적인 효과를 만드는 포먼트 변조 기능이 추가됩니다.

또한 일부 음을 감지 영역에서 제외시키는 '리무브' 말고고 '바이패스'를 이용해 특정 음에는 오토튠이 걸리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비브라토 생성을 세부적으로 조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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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의 가장 큰 차이는 Graph Mode입니다. 여기서 멜로다인이나 RePitch처럼 음정을 수동으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동으로 음원의 종류를 인식해 알맞는 알고리즘으로 바꿔주거나, 더 정밀한 비브라토 설정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뒤에서 소개할 Auto-Tune Pro 11의 새로운 기능 'Harmony Player'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또한 MIX 노브는 Pro 버전에만 있습니다. 정밀한 음원 작업이라면 Pro 버전을 쓰고, 쉽고 빠르게 사용하려면 Access를 쓰게 될 것 같습니다. Artist 버전은 그 중간에서 다소 모호한 포지션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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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세 가지 플러그인은 모두 Auto-Key를 통해 쉽게 기본 세팅을 맞출 수 있습니다. Auto-Key를 불러온 트랙을 재생하면 자동으로 BPM, 조성, 기준 음(A)를 찾아줍니다만, 간혹 의도와 다른 값이 나올 때도 있으니 확인이 필요합니다. Send To AUTO-TUNE 버튼만 누르면 이 값들이 Auto-Tune플러그인들에 바로 적용됩니다.

Auto-Tune EFX+라는 플러그인도 있습니다. 이는 Access의 기본적인 기능에, 후술할 다양한 효과들을 불러올 수 있는 멀티 이펙트 플러그인입니다.

Pitch & Throat, Breath, Duet 같은 기능은 X-Y패드를 이용해 창의적으로 소리를 바꿀 수 있습니다. Tube, Mutate, Vocode, Echo 등의 효과도 최대 4개를 추가할 수 있는데, 기존 플러그인의 기능을 간소화시켜 원노브로 감도를 조정할 수 있게 했습니다. IK Multimedia의 MixBox와 비슷한 컨셉이라 생각됩니다.

보컬용 특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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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codist는 우리가 흔히 아는 '보코더' 내지 보컬용 이펙터의 역할을 합니다. 보컬 신호에 신디사이징을 더해 독특한 음향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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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ULATOR는 토크 박스의 역할을 합니다. Bon Jovi의 'Living on a Prayer' 기타 리프가 토크 박스를 이용한 것으로, 악기 소리를 마치 사람이 웅얼거리는 목소리처럼 바꿔준 것인데요. Daft Funk의 곡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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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다른 목소리를 만들어내고 싶다면 MUTATOR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외계인' 같은 목소리로도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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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ares의 많은 제품들에서 'THROAT'라는 설정을 볼 수 있는데요. 이 THROAT 플러그인의 기능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사람의 성대 구조를 모델링해 다른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진성 목소리를 가성으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보컬 음질 개선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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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Soap라는 플러그인은 iZotope나 Acon Digital 제품처럼 오디오의 노이즈를 제거해 주는 제품입니다. 보컬에 맞는 De-click, De-clip, De-hum, De-ess를 적용할 수 있으며, 특정 주파수 대역을 밴드패스시키는 것도 가능합니다.

Enhace라는 기능이 좀 독특한데요. 오디오에서 부족한 주파수 대역을 채워주는 역할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중저음역대가 부족한 마이크로 녹음을 했다면 부족한 주파수 대역을 채워줘서 무게감을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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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PIRER는 SoundSoap보다 좀 단순한 조작으로 노이즈를 줄여줄 수 있습니다. 독특하게, 반대로 노이즈를 더 강조하는 것도 가능해 보컬을 허스키하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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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찰음을 조절해 주는 디에서 역할의 SYBIL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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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 Mod라는 마이크 모델러도 보컬 트랙의 음질을 일부 개선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녹음한 마이크의 모델명과, 변경하고 싶은 마이크 모델명을 선택하면 됩니다. 완벽한 모델링보다는, 예를 들어 저음이 부족한 녹음본에 두터운 느낌을 더하는 등 약간의 개선 목적으로 생각하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블링, 화음 플러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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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R는 최대 32보이스의 합창단을 생성합니다. 비록 각 보이스의 세부 설정은 불가능하지만 제법 간단하게 합창단 느낌을 생성해 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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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O는 보컬 사운드를 더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더블링 소스를 생성해 줍니다. 개인적으로 CHOIR나 DUO의 결과가 다른 브랜드보다 만족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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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MONY ENGINE은 Auto-Tune Pro 11에 추가된 새로운 기능으로, 최대 4성부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Auto-Key에서 감지한 세팅에 맞춰 화음을 생성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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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Tune Pro에도 동일한 기능의 Harmony Player가 구현되어 있지만, 여기서는 트리거 버튼을 누르면 화음을 재생할 수 있어 라이브에서도 사용하기 좋게 만들어놨습니다. 다만 개별 플러그인이 조금 더 상세하게 세부 조작이 가능합니다.

보컬 믹싱 플러그인

사실 많은 분들이 이미 다른 브랜드의 믹싱 플러그인을 사용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Auto-Tune Unlimited에 포함된 믹싱용 플러그인들은 단순한 부속 상품을 넘어서 그 자체로도 주목할 만한 성능을 갖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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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cal Compressor는 최대 두 스테이지의 컴프레서를 활성화시킬 수 있으며, 각각 FET, Opto A, Opto B, Modern 4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Learn 기능으로 원하는 컴프레서 성향을 고르면 자동으로 적합한 컴프레서 세팅을 만들어준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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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cal EQ도 간편하게 믹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Pitch Tracking 기능이 들어있습니다. 자동으로 트랙 소스의 종류를 인식하고, 그에 맞는 알고리즘으로 음정 변화를 화면에 보여줍니다. 내장된 다이나믹 EQ 기능을 같이 활용하면 잘못된 EQ가 멜로디 트랙의 전달력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방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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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NCH는 Waves RVox와 유사한 컨셉의 플러그인입니다. 손쉽게 다이나믹스를 조절해 'In Your Face' 스타일로 보컬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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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M은 단순한 진공관 세츄레이션 플러그인으로 미세한 세츄레이션부터 '망가진 소리'처럼 들리는 디스토션까지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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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cal Reverb는 단순한 리버브 기능부터 옥타브 화음이 생성되는 특수 효과까지 다양한 리버브 효과를 프리셋으로 쉽게 구현할 수 있습니다.

Slice 샘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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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 샘플링은 힙합이나 일렉트로닉 등 장르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요. MPC나 Serato 등 보컬 샘플링을 쉽게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많지만, Auto-Tune Slice는 샘플링한 사운드에 바로 Antares의 오토튠 기능과 각종 이펙트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유튜브 샘플

Auto-Tune vs Melodyne

Auto-Tune은 분명 Melodyne과는 다른 목적을 갖고, 다른 결과를 제공하는 플러그인입니다. 멜로디인이 단일 제품을 통해 정교한 보컬 에디팅 기능을 제공한다면, 오토튠은 보컬 에디팅부터 믹싱까지 필요한 모든 것을 월 구독제 방식으로 공급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플러그인 시장에서 오토튠과 멜로다인은 어떤 지위를 차지할까요? 분명 오토튠의 구독제 전략이나 단일 브랜드 솔루션을 늘려나가는 시도는 현재 시장의 흐름에 맞는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아직까진 멜로다인이 제공하는 정교한 보컬 편집 기능이 독점적인 위치에 있는 듯하지만, 음원 시장의 흐름이나 AI 기술 발전에 따른 기술 상향 평준화도 고려해야 할 점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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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진 Auto-Tune Pro의 Graph Mode가 멜로다인을 대체할 수 있을지는 확신하지 못하겠습니다. 불가능해 보이진 않지만, 멜로다인에서 수행하던 작업보다는 조금 더 번거롭거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장르에 따라 튠의 목적이 다를 것입니다.

라이브 환경에서 사용할 목적이라면 Auto-Tune에는 좋은 기능이 많습니다. 완전히 투명하진 않아도 듣기 좋은 수준의 '오토튠 효과'를 실시간으로 줄 수 있으며, 이번 업데이트에 추가된 하모니 플레이어도 라이브에서 활용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

Auto-Tune을 추천하는 대상

2트랙 스테레오 트랙 MR 위에 홈레코딩으로 보컬 녹음을 하는 사람이라면 필요한 모든 것이 Auto-Tune Unlimited에 들어있습니다. 특히 힙합이나 일렉트로닉 장르라면 완벽한 선택일 것입니다.

Auto-Tune Unlimited에 포함되어 있는 음질 개선 목적의 플러그인이나 콰이어, 더블링, 믹싱용 플러그인 등을 보면 소규모 스튜디오나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하는 아티스트에게도 유용한 점이 많습니다.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극단적인 효과까지 창의적인 시도가 필요한 작업에도 유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