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 사운드를 두껍게 만들어주는 더블링 녹음 방법

홈레코딩 환경이나 아마추어가 믹스를 했을 때 가장 많이 아쉬워하는 것 중 하나는 '소리가 잘 안 들린다'는 반응이다. 상업 음반에서 들었던 것처럼 보컬이 시원시원하게 믹스를 뚫고 나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첫 번째로 홈레코딩 하드웨어와 스튜디오 하드웨어의 질적인 차이다. 두 번째는 보컬리스트의 가창 실력이다. 세 번째는 믹스에서 보컬의 다이나믹스가 균일하지 않거나, 주파수 영역이 다른 악기와 싸우고 있을 때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문제는 장비를 교체하거나, 다른 보컬리스트를 쓰면 나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믹스의 문제는 곡의 성향과 편곡에 대해 아티스트와 믹스 엔지니어가 논의하며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레코딩 단계에서 '더블링'이라는 작업을 통해 보컬을 더 두껍고, 힘 있는 소리로 만드는 방법도 있다. 더블링은 믹스에서 보컬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좋은 수단이다. 실제로 많은 악기 트랙이 혼재되어 있는 곡에서 보컬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더블링과 코러스 트랙이 필수적이다.


더블링(더블 트랙킹)이란?

예를 들어, 8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각자 음역대와 톤에 맞춰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알토, 테너, 바리톤 등의 파트를 맡을 것이다.

알토가 2명이라면 2명의 알토는 똑같은 멜로디를 부를 것이다. 만약 여기서 녹음을 한다면, 굳이 2명이 모두 녹음을 해야 할까? 한 명만 녹음하고 DAW에서 볼륨 밸런스만 올려주면 되지 않을까?

최종적으로 알토 트랙의 레벨 미터가 동일하게 나온다고 해도, 청감상 느끼는 소리는 두 명이 나눠 불렀을 때가 더 크다. 왜냐하면 아무리 똑같은 목소리로 멜로디를 불러도, 미세하게 다른 음정과 다이나믹스, 톤, 뉘앙스가 소리를 입체적이고 풍부하게 만들어 주면서 더 '잘 들리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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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트랙을 복사한 것보다, 똑같이 다시 부른 트랙을 합칠 때 효과가 더 좋다

보컬리스트 혼자서 한 개의 멜로디를 녹음할 때도 마찬가지다. 혼자서도 미리 불러놓은 보컬 트랙을 들으면서 똑같은 멜로디를 여러 번 더 따라 부르는 것을 녹음하곤 한다.

모든 파트에 더블링을 할 수도 있지만, 보통 후렴구만 더블링을 넣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엉성하게 더블링을 하는 경우 녹음 및 에디팅 시간이 더 걸리고, 위상 정렬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보컬만 더블링을 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 기타에도 더블링을 많이 한다. 특히 어쿠스틱 기타 스트럼이나 일렉기타 파워코드에서 더블링 테크닉을 많이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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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링 없이 메인 보컬만 있을 때 (예시 : 금다현 - 들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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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링이 추가됐을 때 (예시 : 금다현 - 들꽃)

플러그인으로 더블링하기

비틀즈와 존 레논의 음원에도 보컬 더블링 기법이 활용됐다. 단, 이 경우에는 똑같은 파트를 두 번 따라 부르는 대신 Automatic Double Tracking(ADT)라는 기법이 주로 사용됐다. 테이프 딜레이 방식의 일종으로, 원본 소스에서 살짝 지연된 테이프 복사본을 생성해 약간 다른 속도로 재생시키며 원본과 섞어 주는 것이다.

이렇게 두 번 녹음을 하는 대신 후처리 작업만으로도 더블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DAW에서 테이프 딜레이 플러그인을 사용할 수도 있고, Waves의 Doubler나 Antares Auto-Tune 시리즈의 DUO처럼 아예 이런 용도로 만들어진 플러그인도 있다.

varispeed
GSi의 VariSpeed 플러그인 (사진=G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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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ves의 Doubler (사진=Waves Audio)

만약 적절한 테이프 딜레이나 Waves Doubler가 없다면 코러스 이펙트를 활용할 수도 있다. 코러스의 원리도 더블링의 일종인데, 원본과 복사본의 타이밍이나 피치에 약간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복사한 트랙에 코러스를 걸고 WET 신호를 최대로 (혹은 MIX를 100%로) 설정한다. 그리고 복사한 트랙의 볼륨을 원본과 은은하게 섞일 정도로 줄여주면 된다.

aux chorus

물론 이렇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더블링은 실제로 두 번 녹음한 소스에 비해 자연스럽지 않다. 더블링된 트랙의 소리가 클 수록 어색해질 것이다. 실제로 존 레논은 ADT 방식의 녹음을 선호했지만, 당시 일부 비평가들은 '목욕탕에서 노래하는 것 같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용도에 맞는 더블링

용도에 따라 어떻게 더블링을 적용하는 지도 달라진다. 보컬의 경우, 원본과 거의 일치하는 여러 개의 더블링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듣기엔 한 명이 부르는 것처럼 느껴지되, 소리를 더 뚜렷하게 만들어 전달력을 높이는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악기의 존재감이 강한 일렉트로닉 장르나 K-pop 장르에서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멜로디 라인의 다이나믹이 일정하지 않고, 보컬리스트의 섬세한 감정이 들어가는 녹음이라면 이런 방식의 더블링은 어색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더블링보다는 한 개의 트랙을 녹음하더라도 좋은 장비와 환경에서 깔끔하게 녹음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반면 더블링에서 오는 미묘한 박자와 피치, 뉘앙스의 어긋남을 더 강조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굳이 99% 똑같이 더블링을 하기보다는, 편하게 따라 부르며 한 사람의 목소리로 여러 명이 합창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이는 작곡가의 의도에 맞춰 진행해야 할 것이다.

보컬 더블링 팁

원본을 보강하는 용도라면

최대한 원본과 똑같이 부르려고 노력해야 한다. 보컬리스트가 아무리 똑같이 다시 녹음하려고 해도 100% 똑같은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 거의 대부분 비슷하지만, 아주 미세한 뉘앙스나 피치의 차이, 살짝 늦거나 빨라진 타이밍(하지만 귀로 분명하게는 인지할 수 없는 수준)이 보컬 소리를 두껍게 만들어 준다.

만약 녹음할 때 제대로 신경 써서 더블링을 받지 않았다면 편집 단계에서 세심하게 타이밍과 피치를 맞춰줄 필요가 있다.

여러 명이 부르는 느낌이라면

여기서는 똑같이 불러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편하게 한 번 더 녹음을 한다는 마음으로 녹음하면 좋다. 여러 버전의 녹음을 받아놓고 적당히 잘 어울리는 소스들을 섞어 더블링 용도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간혹 보컬리스트의 실력이 너무(?) 출중한 나머지 아무리 다시 녹음을 해도 여러 명이 부르는 느낌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경우엔 녹음 세팅을 바꿔보는 것도 방법이다. 마이크와 보컬의 거리를 더 멀리 떨어트릴 수도 있고, 콘덴서 마이크 대신 다이나믹 마이크를 이용해 멜로디 라인의 다이나믹스에 변화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