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돌아보는 2023년 음악계 이슈

구독제

하드웨어에서 네이티브로

이미 우리 일상생활에는 구독경제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음악 소프트웨어 시장도 끊임없이 기존 영구 라이선스 취득 방식에서 월/연 구독제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독 음악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구독제에 대한 반발도 많이 보였습니다.

기존의 하드웨어 DSP 기반을 고집했던 Universal Audio는 작년부터 월 구독 방식의 네이티브 플러그인 'Spark' 제품군을 계속 유지, 확대하고 있습니다. 신제품이 출시되는 대로 Spark 구독제에 추가하고 있으며 기존에 남아있는 DSP 기반 플러그인도 하나둘씩 네이티브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Plugin Boutique나 Audio Deluxe 같은 쇼핑 플랫폼에 입점하고 거의 매달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LA2A 플러그인을 기간 한정 무료로 배포해서 회원 가입 수도 늘어났을 듯합니다.

비슷하게 하드웨어가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었던 Antelope Audio의 Synergy Core도 구독제 네이티브 플러그인으로 출시됐습니다. 다만 Synergy Core 플러그인의 인지도가 낮고, Antelope Audio만의 강점은 정교한 하드웨어의 성능이라는 점에 있어서 UA와는 다른 성과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새로 나온 소프트웨어는 구독 방식으로 출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례로 맥에서 사용할 수 있는 Logic Pro X는 계속 영구 라이선스로 판매되고 있지만, 새로 출시된 iPad용 Logic Pro는 구독제로만 판매됩니다.

구독에 대한 반발

모두가 아는 Waves Audio는 모든 구매 방식을 구독제로 전환하는 것을 시도했다가 호되게 당했습니다. 특히 업데이트 플랜을 구매했던 기존 유저들에게 전 세계적인 반발을 받고 결국 구독제와 영구 라이선스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비교적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Minimal Audio도 신디사이저를 출시하면서 구독제로 판매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클라우드 기반 라이브러리와 연동해 구독 경제를 만들어보려고 한 것 같은데 신디사이저 한 대를 쓰기 위해 매월 결제를 해야한다는 것에 많은 반발이 있었습니다.

Avid Pro Tools는 올해 비교적 쉽게 구독 방식을 도입, 유지해 왔습니다. 그런데 사실, 많은 스튜디오에서는 영구 소유하고 있는 구버전 프로툴즈를 고수하는 모양입니다. 생각해 보면 ARA 지원을 제외하면 딱히 혁신적인 업데이트도 없었고, 굳이 구독 요금을 내면서 최신 프로툴즈 버전을 유지할 이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이유인지 Avid도 다시 영구 라이선스 판매를 재개했습니다.

구독제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비록 음악계에서는 많은 반발이 보였지만, 결국 구독제가 자리 잡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한가지 예가 있습니다. Audiotonix가 인수한 SSL과 Slate Digital은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에 할인된 가격으로 두 제품을 모두 구독할 수 있는 기간 한정 이벤트를 진행했는데요. SSL에도 일부 호감이 있고, Slate Digital 플러그인도 사용해 본 유저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지입니다. 또한 12월 11일까지 연장된 월 14.99달러 구독 할인 이벤트가 끝나도, 앞으로 월 19.99달러에 두 회사 제품을 모두 구독할 수 있는 'Complete Access'가 출시된다고 합니다. 결국 구독 경제는 살아남은 공룡 기업 사이의 경쟁 및 통합의 독과점 형태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