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홀 음향학이야기 시리즈 보기
음악 애호가들은 좋아하는 공연을 보러 여러 콘서트홀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홀은 음향이 좋아서 다시 방문하고 싶은 반면 어떤 홀은 음향이 좋지 않아 재방문이 꺼려지곤 합니다. 국내의 이러한 콘서트홀의 선호도를 지면에서 다루기는 어렵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애호가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하면 각 홀들의 음향 성능에 대해 공감되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해외에는 이런 콘서트홀의 선호도에 대해 아예 1등부터 56등까지 순위를 매긴 사례가 있습니다. 이 작업은 건축 음향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한 Leo Beranek에 의해 진행되었습니다. Beranek은 1960년대부터 홀의 음향 성능을 판단할 수 있는 다양한 기준을 제시하는 등 음향학의 발전에 많은 역할을 하신 분이며 현대 건축 음향의 대부 같은 분입니다.
Beranek은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통해 58개 콘서트홀의 ‘주관적인 음향 성능에 따른’ 순위를 정했습니다. 그는 수년간 지휘자, 음악 평론가, 음악 애호가들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저서 「Concert Hall and Opera House; How They Sound」에서 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Beranek은 단순히 주관적인 순위를 정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홀의 주관적 순위를 객관적이고 측정이 가능한 음향인자들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조사했습니다. 지금까지 지면을 통해 다루었던 잔향시간(RT60), 초기반사지연(ITDG), 강도(G), 저음비(Bass Ratio), 측면반사음비율(LF), 양이상관관계(IACC)와 같은 측정 데이터와 콘서트홀의 주관적인 순위를 비교하여 음향이 좋은 홀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오랜 경력과 많은 인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다양한 지휘자, 연주자, 평론가들과 접촉이 가능했지만 이 작업은 쉽지 않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인터뷰 대상자 중 누구도 요청한 58개의 콘서트홀 중 1/3 이상을 아는 사람이 없었으며, 대부분 10개 정도의 홀을 아는 정도였기 때문에 각 사람의 평가는 각각 다른 홀들의 집합에 관한 것이었으며, 그는 제한된 수의 홀을 개별적으로 답한 것을 조합해 해석해야 했습니다.
표. Beranek이 발표한 콘서트홀의 주관적 순위
홀 이름 | 순위 |
Vienna, Grosser Musikvereinssaal | 1 |
Boston, Symphony Hall | 2 |
Buenos Aires, Teatro Colon | 3 |
Berlin, Konzerthaus | 4 |
Amsterdam, Concertgebouw | 5 |
Tokyo, Opera City Concert Hall | 6 |
Zurich, Grosser Tonhallesaal | 7 |
New York, Carnegie Hall | 8 |
Basel, Stadt-Casino | 9 |
Cardiff, St. David's Hall | 10 |
Dallas,Eugene McDermott ConcertHall | 11 |
Bristol, Colston Hall | 12 |
Lenox, Seiji Ozawwa Hall | 13 |
Costa Mesa, Segerstrom Hall | 14 |
Salt Lake City, Symphony Hall | 15 |
Berlin, Philharmonie | 16 |
Tokyo, Suntory Hall | 17 |
Tokyo, Bunka Kaikan | 18 |
Brussel, Palais des beaux-arts | 19 |
Baltimore, Meyerhoff Symphony Hall | 20 |
Bonn, Beethovenhalle | 21 |
Chicago, Civic Center | 21 |
Chicago, Orchestra Hall | 21 |
Christchurch, Town Hall | 21 |
Clevelend, Severance Hall | 21 |
Gothenberg, Konserthus | 21 |
Jerusalem, Binyanei Ha'Oomah | 21 |
Kyoto, Concert Hall | 21 |
Leipzig, Gewandhaus | 21 |
Lenox, Tanglewood Music Shed | 21 |
Munich, Philharmonie Am Gasteig | 21 |
Osaka, Symphony Hall | 21 |
Rotterdam, De Doelen | 21 |
Tokyo, Metropolitan Art Space | 21 |
Tokyo, Orchard Hall, Bunkamura | 21 |
Toronto, Roy Thompson Hall | 21 |
Vienna, Konzerthaus | 21 |
Washington, JFK concert Hall | 21 |
Washington, JFK Opera House | 21 |
Salzburg, Festspielhaus | 22 |
Stuttgart, Liederhalle GrosserSaal | 23 |
New York, Avery Fisher Hall | 24 |
Copenhagen, Radiohuset, Studio 1 | 25 |
Edinburgh, Usher Hall | 26 |
Glasgow, Royal Concert Hall | 27 |
London, Royal Festival Hall | 28 |
Liverpool, Philharmonic Hall | 29 |
Manchester, Free Trade Hall | 30 |
Paris, Salle Pleyel | 31 |
Edmonton, No.Alberta Jubilee Auditorium | 32 |
Montreal. Salle Wilfrid-Pelletier | 33 |
Tokyo, NHK Hall | 34 |
Sydney Opera House, Concert Hall |
35 |
San Francisco, Davies Hall | 36 |
Tel Aviv, Fredric Mann Auditorium | 37 |
London, Barbican, Concert Hall | 38 |
Buffalo, Kleinhans Music Hall | 39 |
London, Royal Albert Hall | 40 |
위의 표는 Beranek이 발표한 58개 콘서트홀의 순위입니다. 이 58개 홀 중 상위 20개의 홀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하는 최고 등급의 홀입니다. 또한 하위 순위에 놓이는 19개의 홀들은 대부분 음향을 개선하기 위해 리모델링을 거쳤습니다.
중위에 위치한 19개의 홀들은 인터뷰 대상자마다 선호도가 달라 순위를 명확하게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Beranek이 발표한 홀 순위에는 상위 20개와 하위 19개 홀의 순위는 정해져 있으나 중위 19개 홀은 순위를 정할 수 없어 동일한 순위로 두었습니다.
그럼 Beranek이 발표한 홀의 순위를 살펴보겠습니다. 1위는 황금홀로 유명한 비엔나의 뮤직베라인, 2위는 보스턴 심포니홀, 3위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오페라하우스인 테아트라 콜론입니다. 이 조사는 콘서트홀에 대한 조사이기 때문에 베라넥은 오페라하우스에 오케스트라 반사판을 설치해 콘서트홀로 사용하는 경우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오페라 하우스에 대한 별도의 순위 조사에서도 테아트라 콜론은 최상급의 순위를 보였습니다.)
4위는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인데요, 최초의 빈야드 스타일 공연장으로 유명한 베를린 필하모니 홀이 아닌 슈박스 형태의 콘체르트하우스의 주관적인 음향 순위가 더 높다는 것은 의미가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베를린 필하모니의 순위는 16위입니다.
그리고 5등은 암스테르담의 슈박스 타입 콘서트홀인 콘세르트헤바우입니다. 여기까지는 전통적으로 대부분의 연주자, 지휘자, 애호가들이 세계에서 음향이 좋은 홀으로 손꼽히는 곳들입니다.
6위는 놀랍게도 일본의 도쿄에 있는 도쿄 오페라씨티 콘서트홀입니다. 이 홀은 심지어 세계적인 홀로 손꼽히는 카네기 홀(8위)보다도 순위가 높습니다. 저도 얼마전에 도쿄 오페라 씨티홀에서 공연을 보고 왔는데요 잔향, 강도, 공간감 등 흠잡을 데 없는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이곳은 1위를 차지한 뮤직베라인의 가로, 세로 형태와 사이즈를 적용한 홀로 알려져 있으며, 천장은 창의적인 피라미드 형태로 설계됐습니다. 높은 천고에서 생기는 지연시간이 긴 반사음을 방지하기 위해 무대 상부에는 오케스트라 반사판을 설치해 시간 차가 짧은 초기반사음을 청중에게 전달합니다.
빈야드 홀로 유명한 베를린 필하모니는 16위, 산토리 홀은 17위의 순위를 보여줍니다. 상위 20개 홀을 보면 대부분 슈박스(직사각형) 형태의 홀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빈야드 형태는 시각적으로는 새롭고 멋져 보이지만 좋은 음향 성능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형태입니다.
탑 20위권 콘서트홀들의 음향 특성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약 2.0초 전후의 잔향시간(RT60)
- 25ms 이하의 짧은 초기시간지연(ITDG)
- 3.5dB 이상의 높은 강도(G)
- 3.5dB 이상의 높은 저음강도(G125) 또는 1.1 이상의 저음비(Bass Ratio)
- 0.5 이상의 높은 양이상관관계(IACC)
Beranek 이 연구는 단순히 콘서트홀의 순위를 정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콘서트홀의 주관적인 순위와 측정가능한 음향 인자들의 관계를 밝힘으로써 공연장 음향설계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다음 편에는 현대 음향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Wallace Sabine과 그가 설계한 보스턴 심포니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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