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음악 작업은 이런 것' AI DAW RipX 리뷰

음악계에 한참 AI 붐이 일었을 때(물론 현재진행형입니다) 'AI DAW'라는 이름으로 주목을 끈 제품이 있었으니, 바로 Hit'n'Mix의 RipX였습니다.

최근 음악에 AI 기술이 적용되는 분야를 크게 몇 가지로 분류하자면, 스템 분리와 노이즈 리덕션, AI 생성기를 비롯해 기존의 사운드를 다른 목소리나 악기로 변환시키는 사운드 모핑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템 분리, 사운드 모핑, 노이즈 리덕션과 더불어 Suno 및 Udio같은 AI 음악 생성기와 연계까지 가능한 RipX는 가히 'AI DAW'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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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Hit'n'Mix

과연 그 성능은 어떨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RipX에 대한 제 생각은 현재 AI 제품에 대한 생각과 동일합니다. "매우 흥미롭고 잠재력이 있지만, 아직은 상용화되기 어렵다."

이 리뷰는 Plugin Boutique로부터 NFR(Not For Resale) 라이선스를 제공받고 작성됐습니다. 링크에는 제휴 코드가 없으며 광고성 리뷰가 아님을 밝힙니다.


RipX 간단하게 살펴보기

'AI DAW'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붙이고 나니 꽤 복잡하고 어려운 물건 같아 보이지만, 사실 꽤 단순하게 만들어진 소프트웨어입니다. 물론 단순하다는 것이 사용하기 쉽다는 말은 아닙니다.

RipX는 일반 버전과 'Pro' 버전으로 나뉩니다. 저는 Pro 버전을 제공받아 사용해 봤으므로 Pro 버전을 기준으로 설명하겠습니다. 다만 기본적인 기능은 동일하고, Pro에 몇 가지 추가 기능만 추가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RipX에 2트랙 스테레오 오디오 파일을 드래그 앤 드롭으로 가져오면 DAW가 분석을 시작합니다. 여기서 곡을 'Rip'이라는 고유의 형식으로 변환합니다. Rip은 일종의 세션 및 프로젝트의 의미이기도 하고 분석된 악기와 소리 요소들의 모음을 뜻하기도 합니다.

분석이 끝나면 좌측의 Layers에 악기들이 나눠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악기마다 할당된 색이 중앙 화면에 음계에 따라 분포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개별 스템으로 분리된 악기들은 솔로/뮤트해서 듣거나, 레벨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스테레오 필드를 조정하거나 Low/Mid/High로 구성된 3밴드 이퀄라이저를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Layers에서 특정 악기를 선택한 상태에서, 우측의 FX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해당 악기에 FX효과가 적용됩니다. 하단에서 FX효과의 강도를 오토메이션으로 조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Sounds에 나열되어 있는 악기를 선택하면 현재 Layer의 소리를 다른 악기로 모핑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수정된 곡은 Export에서 WAV, MP3같은 일반적인 오디오 확장자로 내보내거나, MIDI파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스템 분리에 대한 평가

우선 많은 스템 분리 도구들이 대표적으로 보컬, 베이스, 드럼을 중심으로 분리하고 다른 악기들을 '그 외 기타'로 묶어서 추출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RipX는 꽤 세세하게 Layer를 만들어 분리해 냅니다.

저는 제가 만들었던 가이드 음원의 MP3파일을 시험 삼아 RipX로 불러왔는데요. 5개 트랙으로 구성된 4분 정도 길이의 음원인데 분석까지 13분이 걸렸습니다.

다만 기타와 피아노를 분리하겠다는 선택을 체크하지 않으면 3분까지 시간이 단축됐습니다.

하드디스크 용량을 최소 15GB를 확보해 둔 뒤 파일을 불러오라고 한 것을 보면, Rip 파일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꽤 많은 작업이 진행되는 것 같은데요. 다만 실제로 15GB 여유가 없었음에도 작업이 가능했던 것을 보면 안전한 작업을 위해 여유 있게 15GB 정도를 확보해 두라는 뜻이었던 것 같습니다.

분리된 스템의 퀄리티는 어땠을까요? 스템들을 동시에 들었을 때는 원본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지만, 개별 스템을 솔로로 들을 때 아주 깔끔하다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이전에 테스트해 봤던 Gaudio나 Logic Pro 11 Stem Spliter와 비교하면 살짝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오프라인 랜더 방식으로 꽤 긴 시간을 기다려 추출된 결과라 기대가 좀 높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다른 온라인 랜더 방식으로 분리되는 스템보다는 확실히 좋습니다. 보컬만 뮤트시키는 '노래방' 목적의 음질 퀄리티도 훌륭했습니다.

RipX의 스템 분리에서 인상적인 것은, 분리된 Layer안의 노트들이 개별적인 미디 파일처럼(이 제품에서는 'Rip 파일'이라고 표현합니다) 조작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디 에디터를 다루듯 음정, 박자, 길이, 벨로시티 등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새로운 박자로 그릴 수도 있습니다.

FX 효과의 퀄리티

RipX에서 FX효과를 주는 방식은 매우 간단하고 편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우선 마우스로 특정 Layer나, 특정 Rip 노트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우측의 FX 효과를 클릭해 강조 표시가 되면, 해당 FX 효과가 적용되는 것입니다.

기존의 DAW에서는 특정 노트, 악기에 별도의 FX효과를 주려면 다른 트랙으로 분리하거나 파라미터에 오토메이션을 적용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사실 이런 효과는 작/편곡 단계에서 완료되어야 하는 것이겠지만, RipX에서는 작업의 순서를 마음대로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됩니다. 마치 AI 시대 음악 제작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것 같아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Pro 버전에서 많이 기대한 것은 노이즈 리덕션 FX 효과였습니다. 상단 메뉴 Panels에서 Repair를 선택하면 6가지 사운드 개선 FX 효과들이 등장하는데요.

사용하기는 간단했지만, 인상적인 퀄리티는 아니었습니다. 좀 더 다양한 조작으로 정교한 퀄리티의 노이즈 리덕션이 가능했다면 어땠을까 생각이 듭니다. 만약 향후 수준급의 노이즈 리덕션 기능이 내장된다면, RipX의 활용도는 어마어마하게 올라갈 것입니다.

오랜 기간 음원 제작 과정은 작/편곡 - 녹음 - 편집 - 믹싱/마스터링의 순서로 진행됐으며, 이 과정 속 순서의 중요성은 불변율처럼 여겨졌습니다. 즉 작곡, 녹음, 믹싱에서 저마다 수행해야 하는 역할이 분명히 나뉘어져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의 발전, 특히 AI의 발전은 이같은 전통적인 제작 방식에 균열을 주고 있습니다. 작곡, 편곡과 동시에 녹음, 편집을 다루는 것입니다. AI의 발전은 이 과정을 더 빠르고 편리하게 촉진시켜주고 있는데, RipX에 구현되어 있는 기능들은 미래의 작업 프로세스가 어떤 모습일지 힌트를 주고 있습니다.

AI 음악 생성기와 연계

RipX에서 뇌 모양의 아이콘을 클릭하면 Hit'n'Mix 웹사이트로 이동하면서 Suno, Udio, Stable Audio 등의 AI 음악 생성기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아직 이 서비스들과 세부적인 연동이 이루어지거나, RipX 소프트웨어에 AI 작곡 기능이 내장된 것은 아닙니다. 단지 해당 서비스에서 음원을 생성해 다운로드를 하면, 자동으로 RipX가 분석을 시작하게 하는 기능이 구현되어 있습니다.

보통 AI 생성기들은 완성된 '데모 버전'의 2트랙 스튜디오 트랙을 제공합니다. 물론 Soundraw나 MixAudio처럼 개별 트랙을 작곡하듯이 조작하는 서비스도 있으며, Suno나 Udio도 점차 스템 다운로드, 추가적인 편곡 등의 기능을 도입하는 추세입니다.

RipX에서는 AI로 생성된 2트랙 스테레오 음원도 해당 서비스에서 직접 분리한 것처럼 깔끔한 퀄리티로 스템 분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향후 AI 음악 생성기와 연계된다면 충분히 더 많은 활용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고 보입니다.

총평

RipX는 매우 흥미로운 DAW입니다.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당연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작업 방식을 제시하며 '이것이 AI 시대의 음악 제작'이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RipX에 대한 저의 평가는 현재 AI에 대한 평가와 동일합니다. 이 소프트웨어의 의도와 목적이 100% 실현된다면 그것은 혁명일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그 퀄리티가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아무리 스템 분리 기술이 좋아졌다고 해도, 심지어 현재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브랜드들의 음원 분리 기술도 완벽하진 않습니다. 만약 실제 음악 작업에서 AI로 스템을 분리하는 방법과 소리를 나눠서 추출하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그 누구도 AI를 택하진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는 RipX의 한계라기보다는, 현재 AI 기술의 한계입니다. RipX에는 AI 기술을 활용할 모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AI로 음원을 분리해 마음대로 소리를 바꾸고, 새로운 리듬과 소리를 채워 넣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소리는 음악 프로듀서들에게는 불만족스러울 수 있습니다.

분리된 메인 멜로디를 색소폰, 피아노, 기타 등 다양한 악기로 사운드 모핑시키는 것은 멋진 아이디어입니다. 하지만 실제 작업에 활용할 수 있는 퀄리티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제가 오디오로만 시도해 봤기 때문에, 미디 인풋 신호라면 조금 다른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드럼 킥이나 스네어처럼 짧은 트렌지언트의 리듬 악기에서 사운드 모핑 작업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반 어쿠스틱 드럼의 킥, 스네어를 808 소스로 바꿔버릴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저는 타악기의 조작만으로도 RipX를 구입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세히 설명하진 않았지만, iZotope RX Audio Editor처럼 오디오 소스의 스펙트로그램에서 사운드를 조작할 수 있는 기능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작업에 활용하기엔 실용성이나 편리함 측면에서 적합하진 않았습니다.

RipX에는 모든 것이 갖춰져 있습니다. 현재 부족한 것은 '퀄리티'입니다. 하지만 AI 기술은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는 명심해야 합니다. 달리 말하면, RipX는 이제 발전된 AI 기술로 더 높은 오디오 퀄리티를 충족시키는 일만 남았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RipX가 AI DAW로서 무한한 작업의 가능성을 선사해 주진 않습니다. 하지만 AI 기술이나 향후 AI 기반의 음악 작업 방식에 관심이 있다면 RipX에 주목하시길 바랍니다. 게다가 구독제 제품도 아닌 영구 라이선스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으니, 기회가 될 때 미리 구매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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