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내수공업 아티스트’ 스키니죠(Skinnyjoe) 김지호

점점 더 ‘가수’가 노래만 부르면 안 되고 작곡, 작사에 믹스, 마스터링까지 할 줄 알아야 하는 시대가 되는 듯하다. 물론 이 모든 것을 혼자 힘으로 하기란 매우 힘든 일이지만 적어도 아티스트 스스로 프로듀서적인질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고, 실제로 시대가 그런 소양을 요구하고 있다.

스키니죠(Skinnyjoe)는 작곡부터 발매까지 개입해 모든 앨범 제작과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뮤지션이다. 가히 ‘싱어송프로듀서’라고 할 법한 이 뮤지션이 음악을 만드는 방법을 같이 한번 들어보자.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스키니죠(Skinnyjoe)라는 프로젝트명으로 활동 중인 김지호입니다. 16년도에 첫 앨범을 발매한 이후 현재까지 1개의 LP, 2개의 EP, 10개의 싱글까지 포함해 총 30곡가량 발매했습니다.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스키니죠라는 이름의 유래도 궁금합니다.

고등학생 시절에 우연히 베이스를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 학교생활이나 공부에 비해서 너무 재미있었어요. 음악 전공을 하겠다고 부모님에게 떼를 써 실용음악과 진학을 준비,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특별한 열정이나 각오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대학 생활 중 훌륭한 선생님들과 동문들을 만나면서 음악에 대해 점차 진지한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스키니죠’라는 이름의 유래는, 제 이름이 지호인데 지호를 여러 번 빨리 말하다 보면 ‘죠’가 됩니다. 거기다 어릴 적 비교적 마른 몸매였기 때문에 스키니+죠가 된 것입니다.(웃음)

스키니죠는 라이브 활동이 위주인가요, 앨범 작업이 위주인가요?

데뷔 초기에는 라이브와 앨범 발매 모두 중점에 두고 활동을 했었습니다. 다만 최근 몇 년간은 음원 제작만을 하는 쪽으로 활동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아무래도 생계를 위해 노동에 사용하는 시간이 상당히 많아지면서 두 가지 활동을 모두 가지고 가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고, 비교적 공간과 시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개인제작에 집중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 저 스스로가 공연보다 제작을 선호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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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kinnyjoe

주로 ‘가내수공업’으로 앨범을 제작해왔다고 들었는데, 앨범 작업 과정을 소개해주세요.

가내수공업으로 작업을 하기 시작한 이유는 제작비 절감도 있지만 모든 과정에 개입해야 직성이 풀리는 제 성격 때문입니다. 제작과정은 이러합니다.

작곡, 작사 → 코드와 멜로디 다듬기, 1차 송폼 → 데모 녹음 → 편곡 및 믹스 컨셉 잡기 → 본녹음(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데모트랙을 그대로 사용하기도 함) → 에디팅 및 믹스 → 마스터링 → 발매

기본 코드 멜로디 진행이 나오고 나면 제가 1차로 데모를 제작합니다. 이후 계속 들어보며 편곡에 부족한 부분을 좀 더 수정합니다. 보통 제가 연주, 시퀀싱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경우에 따라 연주자를 섭외하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레코딩 단계에서 마음에 드는 좋은 소스를 만들기 힘든 상황일 때가 많기 때문에, 믹스(톤메이킹)와 레코딩을 거의 같은 선상에서 작업할 때가 많습니다.

이런 방식의 제작과정을 스튜디오 작업과 비교해봤을 때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어떤 장단점이 있었는지요.

가내수공업도 제작과정 자체는 일반적인 스튜디오 작업과 그다지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저 작업 공간이나 장비의 질이 다른 정도입니다.

스튜디오에서 작업할 때 좋은 점은 기본적인 녹음, 수정을 엔지니어가 수행해주고 좋은 장비, 룸어쿠스틱 등 가내수공업보다 괜찮은 물리적 환경에서 작업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마이킹이 필요한 악기편곡을 선택했다면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 가내수공업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스튜디오 작업과 비교해서 가내수공업 방식의 가장 큰 특징은 pre-production(녹음, 편곡) 단계에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내 작업 공간에서 녹음, 편곡을 시행하기 때문에 예정된 녹음 일정에 맞춰서 진행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대신 한도 끝도 없이 일이 늘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장르나 편곡의 차이에 따르겠지만, 스튜디오나 가내수공업 중 어느 방식을 택하든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작업자의 비전과 스킬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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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kinnyjoe

이제 막 작곡가, 싱어송라이터로서 앨범을 내고 활동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간단한 러프 믹스와 편곡, 미디 정도는 스스로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은 갖추는 것이 좋습니다. 말하자면 혼자서 데모 제작을 할 수 있는 능력인데, 본인의 아이디어를 일차적으로 실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소양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키니죠의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시죠.

요즘 대부분의 시간과 에너지는 생계유지에 사용하고 있는 것 같네요.(웃음) 시간이 날 때마다 간간이 곡 스케치를 하기도 합니다. 조금 상황이 나아진다면 두 번째 정규앨범을 본격적으로 작업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