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에서 대중음악으로, 다양한 걸음 걷는 작곡가 Olinm(올림)

예전에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 음악계는 말이야...” 어느 한 연로하신 선생님께서 하신 이 말씀에는 음악계에 대한 자부심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이 ‘우리’ 음악이란 클래식, 오페라를 말하는 것이었고 대중음악은 이 ‘음악’에 포함되지 않았다. 물론 현재 이렇게까지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그만큼 클래식과 대중음악이 멀리 떨어진 별개의 분야로 여겨져 왔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음악을 만드는데 과감히 두 분야를 결합하는 경우도 많다. 클래식 연주자로 시작해 현재 대중음악 작곡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Olinm(올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비올라,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작곡 활동을 하고 있는 Olinm(올림)입니다.

현재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저는 현악기 전공자로 발도르프 학교와 일반 중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치고 있고요. 그 외 바이올린, 비올라 연주 세션 활동을 하고 있으며 올해 말부터 가수 ‘권나무’님의 비올라 세션으로 활동할 예정입니다.

작곡 활동으로는 Olinm(올림)이라는 이름으로 CCM팀인 ‘1820 Project’에 참여하고 있으며 개인 작곡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원래 클래식 연주자셨는데 작곡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머니가 클래식 바이올린 전공을 하셔서 어릴 때부터 쉽게 음악을 접했었어요. 중간중간 방황도 많았지만 결국엔 자연스럽게 클래식 현악기를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대학교에 간 뒤 1학년 때부터 내내 “졸업하고 뭐하지?” “나 뭐 하고 살아야 하지?”라는 고민을 해왔어요. 하루는 전공 교수님 레슨시간에 졸업하면 뭐 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전혀 대답하지 못하고 나와 정말 착잡하고 우울한 마음이 들기도 했죠.

내가 뭐를 위해서 이렇게 돈을 들여서 입시를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그때 ‘비긴 어게인’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나도 저 사람들처럼 공연을 해보고 싶고 저런 무대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자리 잡기 시작했어요.

대학교 4학년 진로상담시간이 되자 교수님께서는 ‘지방 오케스트라 자리가 나면 시험을 준비해보고 대학원을 실기 대학원으로 상향해서 준비해봐라’라고 말씀하셨어요. 클래식 전공자에겐 당연한 루트 중 하나였지만 하고 싶다고 해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쉬운 길도 아니었죠. 클래식을 싫어하는 것은 절대 아니었지만 뭔가 더 재밌고 내가 더 신나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바이올린, 비올라 연주자. 작곡가 Olinm(올림)
사진=Olinm

그러던 중 때마침 마음이 맞는 동기와 함께 홍대 공연장에서 공연할 기회가 있었어요. 영화음악, 팝 음악 등을 피아노, 비올라, 첼로, 보컬 구성으로 편곡해 공연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큰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주어진 악보가 아닌 내가 연주할 수 있는 부분을 자유롭게 직접 작편곡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고, 작곡 기초이론과 미디 기초를 공부하며 상명대학교 뉴미디어음악학과로 진학해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은 클래식, 대중음악을 가리지 않고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그냥 뭐 들었을 때 좋으면 된 거지’라는 마인드랄까요? 조금 더 야망을 품자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아, 이거 Olinm 음악이구나’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습니다.

클래식 전공자로서 대중음악을 접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클래식과 대중음악은 말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사람들의 분위기나 문화부터 어느 정도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음악적인 소통에도 가끔 어려움이 있기도 했고요.

처음 시작할 때는 단순히 코드를 보는 것부터, 스윙 리듬 등 저에겐 많은 것이 어색했고요. 코드 안에서 자유롭게 즉흥 연주를 하는 것이 주어진 악보에서 표현해내는 것을 연습하는 클래식 전공자로서는 쉽지 않았습니다. 항상 아쉬움이 있었고요.

바이올린, 비올라 연주자. 작곡가 Olinm(올림)
사진=Olinm

작곡가로서 다양한 장르를 들어보고 접해야겠다는 생각에 즐겨듣는 스타일 외에도 클래식, 대중음악을 가리지 않으며 다양한 음악을 접해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지금도 많이 부족해서 계속 노력 중이지만 다행히도 아직 후회는 안 하고 있습니다. (웃음)

클래식으로 음악을 시작했던 경험이 지금 음악 활동에 도움을 주는 것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릴 때 어머니가 클래식 전공을 하셔서 그런지 항상 집에 클래식이나 뉴에이지 음악을 틀어놨었어요. 공연도 많이 보러 다녔고요. 어릴 때부터 클래식을 많이 듣고 자라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에게 익숙하게 남아있는 감성들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지금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이나 만들고 있는 음악에도 어릴 적 경험이 많은 영향을 줬습니다. 나른한 오후에 학교 끝나고 집에 와서 거실에 누워있을 때 엄마가 틀어준 음악들, 청소하면서 틀어 놓은 음악 등 그때의 좋았던 기억이 지금 저의 감성에 영향을 줬죠.

클래식이 제 음악의 기반이라는 것은 현재 저의 연주나 작곡에 또 다른 장점이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가진 장점을 잘 활용해서 더 좋은 음악을 만들고 다양한 음악으로 표현하면서 계속 발전해나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지금 참여하고 있는 ‘1820 Project’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1820 프로젝트는 제가 상명대학교 일반대학원 뉴미디어음악학과에서 만난 동기들과 하게 된 프로젝트입니다. 여러 명의 작곡가가 모인 크루였기에 통일된 장르를 정하기는 어려웠지만 모두 기독교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CCM을 해보자는 의견으로 모아졌어요. CCM이라는 주제에서 각자 본인의 곡을 작업해 발매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일회성으로 한 프로젝트였는데 작게나마 반응해주신 분들 덕분에 연달아서 하고 있습니다.

제가 CCM을 만들면서 생각했던 것은 CCM은 음악 장르가 아니라 만드는 사람들의 목적과 의도가 같은 음악이라는 점이에요. 흔히 우리가 듣던 CCM 장르의 특징적인 스타일보다는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내 방식대로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바이올린, 비올라 연주자. 작곡가 Olinm(올림)
사진=Olinm

기독교인들도 ‘음악이 내 스타일이 아니라서’ CCM을 안 듣게 되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또한 비기독교인도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까지도 내용 외에는 대중음악과 거리를 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1820 프로젝트에서 발표한 싱글 ‘물병’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세요.

우리는 무엇인가를 너무 사랑해서 오는 좌절을 모두 겪어봤다고 생각해요. 그게 내 꿈이 될 수도 있고 사람이 될 수도 있고요. 그런 마음은 너무 고통스럽지만 이 마음이 그 대상에 대한 사랑인지 내 욕심인지는 하나님 말고는 알 수가 없고, 그 마음을 채워야 할지 비워야 할지도 내가 알 수 없다는 마음에 써 내려간 가사였어요.

작업할 때 개인적으로 그런 좌절을 겪고 있었기에 작업이 끝나고 난 후엔 굉장히 큰 산을 넘은 기분이었답니다. 제게도 위로가 되는 곡이에요. 그리고 보컬 이서영 님 목소리를 혼자 우연히 듣고 작업할 때부터 그분을 염두에 두고 쓴 곡인데 작업 후 기대보다 너무 좋아서 더욱 애정하는 곡이 되었답니다.


내가 하고 싶은 표현을 좋은 음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클래식’ ‘대중음악’의 경계가 필요 없듯이 CCM에 있어서도 특정 장르나 스타일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인 듯하다. 좋아하는 음악을 만드는 방식은 아무렴 상관없다며 ‘즐기면서 음악하고 즐기면서 사는 멋쟁이가 되겠다’는 Olinm의 앞으로 활동을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