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채우는 느슨한 그루브, 싱어송라이터 주성 인터뷰

주성은 발라드, 팝, R&B를 중심으로 일상의 관계 속 감정의 서사를 전달하는 싱어송라이터다. 작곡·작사를 비롯, 편곡·자켓 디자인까지 참여해 듣는 이에게 작품 속 깊은 감정을 최대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는 17일 발표하는 '곁에 있다고(A Ray of Sunshine)'는 그간 음악 활동에 함께 해온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곡이다. 그동안 주성이 걸어온 길을 인터뷰를 통해 확인해 보자.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하루를 느슨한 그루브로 채우고 싶은 인디 팝 싱어송라이터 주성입니다.

활동명은 본명인 김주성에서 성을 제외한 이름입니다. 처음에는 ‘자이가르닉’이라는 활동명을 쓰려고 했어요. 마지막 장면을 미완성인 채로 남겨 사람들 마음속에서 계속 기억나게 하는 효과인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c effect)'처럼, 제 음악의 마지막 연주가 사람들의 귓가에 여운을 남겨 계속 찾아오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자이가르닉’ 발음이 저에게는 래퍼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담백하게 본명으로 정하게 됐어요.

원래 디자인을 전공하셨는데, 어떻게 음악을 하게 되셨나요?

고등학교 때 예체능반에 있었어요. 당시 실용음악 입시를 준비하는 친구들을 보고 대학에 가면 취미로 음악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에 동네 실용음악학원을 신청하면서 처음 음악에 발을 들였어요.

중·고등학교때는 공부에 열중했었는데요.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의심이 들면 오로지 '대학에 가야 한다'는 이유를 대고, 학원 숙제를 하면서 생각할 여유 자체를 없애기도 했어요. 그런데 대학교에 오고 시간이 생기니, 그간 미뤄놨던 질문들이 밀려와서 혼란스럽더라고요.

당시 방황 속에서 제가 내린 답은, 세상 속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 자신으로 인정받기보다, 그 반대로 제가 존재하기 위해 세상이 있는 것처럼 살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그 이후로 제가 고민하는 시간들을 음악 활동으로 채우면서 더 깊게 음악에 빠져들게 됐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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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의석(@58mm_f2), 제공=주성.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로 영향을 받은 음악 장르나 아티스트가 있다면?

예전에는 도트리(Daughtry)나 윤도현 밴드처럼 락을 좋아했는데요. 군대에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너의 모든 순간'을 듣고 성시경 음악에 빠지게 됐어요. 그 후로 음악을 듣는 취향이 부드러운 음색과 편안함으로 변하게 된 것 같아요.

한동안은 '너의 모든 순간'이나 '너였다면' 같은 발라드만 만들고 싶어 했어요. 듣는 음악도 주로 국내 음악들이었고요. 그런데 구름(Cloud koh)형의 음악을 접하면서 장르의 정체성이나, 가사로 감정을 전달하는 것에 대해 영향을 받았어요.

그때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의 정체성을 정하게 된 것 같아요. 제가 만들고 싶은 것이 발라드가 아니라, 팝이라는 장르에 발라드의 뉘앙스를 심고 싶어 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리고 가사를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도 조금 더 은유적이고, 듣는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틈을 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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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낙화(@nakhwa__film), 제공=주성.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해외 아티스트는 Mac Ayres, Daniel Caesar의 영향을 받았는데요. 미니멀하면서도 세련된 음악들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카페나 방에서 이들의 음악을 들었을 때 공간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같은 커피를 마시거나 휴식을 취하더라도, 평소와는 이색적인 느낌을 주는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제 음악도 사람들에게 이런 분위기를 느끼게 만들어 주고 싶고요.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주세요.

첫 번째로는 '평양냉면' 같은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처음에는 낯설 수 있겠지만 듣다 보면 생각나서 또 듣게 되고, 계속 들어도 부담 없는 편안한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두 번째로는 앞서 말한 것처럼 제 음악을 어떤 공간에서 틀었을 때, 그 공간을 세련되게 만드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느슨함은 차분함을, 세련됨은 그루브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저 자신에 대해 말할 때도 "하루를 채우는 느슨한 그루브" 주성이라고 소개하곤 해요.

그동안 발매한 음원들을 보면 함께 작곡, 작사, 편곡, 연주에 참여하시는 분들도 여럿 보이는데요.

제가 실용음악을 전공하지 않았다 보니, 음악 하는 친구들을 소개받으면 한분 한분 소중하게 대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주로 함께 작업했던 사람들과 계속 같이 작업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연수 형은 구름 형을 통해 알게 된 형이에요. 제가 곡을 쓰다 보면 늘 혼자서는 도저히 해결이 안 되는 문제들이 생겨요. 그때마다 도와주는 고마운 형인데요. 음악도 정말 잘하고, 형이 하는 음악이 제 취향이랑도 맞아서 자주 도움을 받는 편이에요. 같이 곡을 쓰다 보니 곡에 대한 이해가 높아서 믹스도 자주 형에게 맡기고요.

기타를 쳐주는 odd dimple은 perc%nt 형을 통해 알게 된 동생인데요. 기타 실력도 좋고, 제가 요청하는 것 이상으로 맛있게 기타를 쳐주는 동생이라 기타 녹음을 받을 일이 있으면 자주 부탁하는 편이에요. 프로듀싱도 하는 친구라 제가 원하는 요청사항을 제대로 전달해 주지 못해도 잘 이해하는 다재다능한 동생이고요.

이 친구를 통해서 피아노 연주해 주는 진아랑, 베이스치는 동수 님을 소개받았는데 다들 너무나 좋은 연주를 해주고 계세요. 저의 까다로운 요청 사항도 잘 살려주는 분들이라 늘 든든하게 맡기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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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의석(@58mm_f2), 제공=주성.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음악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었는지?

발매 후 음원을 홍보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을 느껴요. 예전에 비해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나 SNS 등 여러 가지 노출 기회가 생겼지만, 그래도 매번 음원을 발매할 때마다 어떻게 사람들이 제 음악을 접하게 할 수 있을지가 늘 고민입니다.

요즘은 음악적인 고민도 많이 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청자들에게 제 보컬의 톤을 더 편안하게 들리게 할 수 있을지 연구 중이에요. 그리고 음악의 사운드도 어떻게 하면 다른 아티스트들과 차별화시켜서 나아갈 수 있을지 고민 중입니다.

곧 발매될 '곁에 있다고'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세요.

'곁에 있다고(A Ray of Sunshine)'는 부족한 행동과 표현에도 늘 저를 응원해 주던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만든 곡이에요.

곡을 발매하면서 늘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지만, 그 마음을 곡으로 표현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마음은 표현하지 않으면 전달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곡으로 전달해 보고 싶었습니다.

끊임없는 사랑과 지지가 사람을 성장하게 하고, 행복을 찾을 수 있는 힘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노래를 듣는 모든 이들이 내가 놓치고 있던 주변의 따스한 사랑과 함께 자신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공개될 리릭 비디오도 곡의 여유로움을 전달하고 싶어서 최근 일본 여행 때 촬영한 영상과 해외에 있는 지인들에게 받은 장면들을 모아 보여드릴 예정이에요.

그리고 ‘곁에 있다고’가 나오기까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은데요. 이분들의 피드백과 도움을 통해서 후반작업을 잘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윤성기 선생님, perc%nt형, 구름형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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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낙화(@nakhwa__film), 제공=주성.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번 곡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다면?

사람들이 '곁에 있다고'를 듣는 순간만큼은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자신만의 여유를 만끽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어요.

그래서 어쿠스틱 기타 루프와 브라스 라인을 넣어 여유로운 느낌과 그루브를 표현했는데요. 듣는 분들에게도 제 의도가 잘 전달됐으면 좋겠네요.

'곁에 있다고'의 제목을 정하는데 굉장히 힘들었던 기억도 납니다. 원래 '사랑을 가르쳐준 너에게' 와 ‘by your side’ 중에서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전자는 너무 길어서 사람들에게 소개하기 힘들 것 같았어요. 후자는 짧지만, 영어 가사도 없는데 제목을 영어로 정하는 것은 잘 안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가사의 끝이 "사랑은 늘 곁에 있다고"이다 보니, 그냥 간단하게 ‘곁에 있다고’라고 하면 곡을 소개하기도 좋고 청자들이 외우기도 쉬울 것 같았어요. 그리고 곡의 주제도 포함하고 있으니 더 좋다고 생각했죠.

영어 제목은 ‘A Ray Of Sunshine’인데요. 자켓 디자인을 해주신 작가님의 인스타그램에서 지금의 자켓 이미지를 보고 영감을 받았어요. 빛이 쏟아지는 이미지가 너무 아름답더라고요.

그래서 영어에는 무조건 빛이라는 소재를 넣고 싶었어요. 마침 ‘A Ray Of Sunshine’이 항상 즐겁고 유쾌해서 주변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을 의미해서, 주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기에 적합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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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낙화(@nakhwa__film), 제공=주성.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나 목표를 알려주세요.

‘곁에 있다고’ 발매 이후에는 저 자신을 음악적으로 정비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해요.

그동안 저는 빨리 제 노래가 유명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조급하고 불안한 생각이 들어 제 마음을 쥐어짜듯 곡을 썼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에게 편안한 음악을 들려주려면 제 마음에도 어느 정도의 편안함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곡도 모으며 정비하는 시간을 가진 뒤 EP를 위한 곡들을 발매하고 싶어요.

머릿속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지 주제는 일단 정했는데, 이 이야기를 어떤 사운드와 문장들로 사람들에게 들려드릴지 고민 중입니다. EP 발매 이후에는 공연을 통해 사람들에게 더 다가가고 싶은 생각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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