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ve, API 콘솔 에뮬레이션 N-Console, A-Console 비교 리뷰

저는 '이거 하나 걸면 소리 무조건 좋아진다'는 말을 잘 믿지 않는 편입니다. 물론 마법같이 특수한 효과를 내주는 하드웨어나 플러그인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런 말은 믹스를 할 때 우리를 너무 쉽게 현혹시키고 안 좋은 결과를 이끌기도 합니다.

모든 과정엔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좋아'라는 생각이 판단의 근거가 되어선 안됩니다. 믹싱에서 설명할 수 없는 효과란 없어야 합니다.

'아날로그'는 초보 엔지니어에게 일종의 마법 같은 존재입니다. 특히 아날로그 복각 플러그인이 그렇습니다. 그중에서도 더 우리를 현혹시키기 좋은 종류는 콘솔 에뮬레이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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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콘솔을 복각한 플러그인은 대개 채널 스트립의 형태를 띱니다. Brainworx의 채널스트립이 대표적인 예시인데요. 컴프레서, EQ와 같은 FX를 하나의 장치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으면서 아날로그 콘솔에서 발생하는 노이즈, 배음, THD를 재현해 주는 플러그인입니다.

그런데 다이내믹스와 이큐 섹션을 제외하고 오로지 아날로그 콘솔의 효과만 남겨놓은 플러그인도 있습니다. API를 복각한 Lindell 50 Series 플러그인의 'Buss'도 그 예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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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dell Audio 50 Series Buss 플러그인

이 플러그인들은 분명히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의 조작에 바로 반영되는 다이내믹스나 음색의 차이를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무조건 사용하면 좋다'는 선입견을 갖기 쉽고, 오남용의 위험성도 커집니다.

Sonimus는 콘솔 에뮬레이션 플러그인으로도 유명한 회사입니다. 저는 Sonimus의 TuCo나 SonEQ같은 다른 플러그인들은 매우 신뢰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콘솔 에뮬레이션에 대해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분명 오디오 개선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다른 FX를 통해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작업인지, 실제 효과에 비해 성능이 과대 포장됐는지, 가격이 합리적인지 등을 검토해야 합니다.

저는 Sonimus로부터 리뷰를 위해 API 1608에서 영감을 받은 A-Console과, Neve 8014의 영감을 받은 N-Console의 NFR 라이선스를 제공받았습니다. 이 두 Sonimus 플러그인의 차이와 더불어, Lindell 50 Series와도 비교해 보며 어떤 가치가 있는 제품인지 파악해 보겠습니다.


인터페이스 설명

기본적으로 플러그인에서 작게 배음이 발생하며, 여러 개의 트랙이 합쳐졌을 때 미묘한 아날로그의 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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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onsole과 N-Console 모두 좌측 상단에서 'Channel' 모드와, 'Buss' 모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Buss 모드에는 볼륨 페이더와 하이패스/로우패스 필터가 없습니다.

일반적인 게인 스테이징 플러그인의 용도로 사용하려면, 트랙 FX의 맨 앞에 Channel 모드로 플러그인을 불러와 내장된 VU미터를 보고 적당한 값의 게인 스테이징을 맞춰주면 됩니다.

마스터 버스나 스테레오 아웃 트랙(혹은 폴더, 그룹 트랙)에 Console 플러그인을 한 번 더 불러와 Master Grouping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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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개별 트랙에 불러온 플러그인들에 그룹을 지정하면, 마스터 그룹 플러그인에서 한 번 더 게인 스테이징을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개별 플러그인에 적용되어 있는 페이더 값은 그대로 보존되기 때문에 트랙별로 1차 게인 스테이징을 하고, 마스터 그룹에서 그룹별 2차 게인 스테이징을 할 수 있습니다.

만약 개별 트랙마다 Buss 모드를 적용했다면, 마스터 그룹에서 한꺼번에 페이더 작업을 하게 됩니다. 보통은 Channel 모드를 사용하겠지만, 좀 더 많은 트랙을 그룹으로 묶어 일괄적으로 작업한다면 Buss 모드를 사용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스터 그룹에서도 한 번 더 전체 볼륨 페이더 조절을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마스터 그룹 플러그인이 Channel 모드로 되어 있어야 합니다.)

어떤 효과가 있을까?

저는 드럼 비트로 테스트해 봤는데요. 예시로 사용한 스템 파일들은 작업단계에서 이미 게인 스테이징 및 FX 과정을 마치고 밸런스를 잡아 놓은 것으로 보이지만, AB 테스트를 위해 일반적인 디지털 게인 플러그인을 사용한 경우와 Sonimus 콘솔 플러그인을 사용한 경우를 같은 수치로 설정해 비교해 봤습니다.

예제 스탬 소개

사용된 예제는 독일의 전자음악 뮤지션 Koltbach의 음악을 사용했습니다.

저는 리뷰를 위해 직접 제작한 음악이나, 함께 작업한 동료들의 작품 중 허가된 음악, Creative Commons 데이터 등을 사용해 왔는데요. 우연히 인터넷에서 Koltbach를 접하고 무료로 스템 파일을 배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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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클릭하면 Koltbach 웹사이트로 이동합니다.

Koltbach는 미니멀리스트적인 감각을 기반으로 어떤 틀에 얽매이지 않는 편곡으로 음악을 만드는 프로듀서이자 음악가입니다. 종종 명상적이고 영화적인 분위기나 서사적인 성격의 음악을 선보이곤 합니다. 또한 올해 말 새로운 앨범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Koltbach는 누구나 자신의 음악들을 리믹스할 수 있도록 스템 파일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koltbach.com/download 에서 누구나 회원가입이나 메일 구독 없이 스템 파일을 받아 비상업적 목적으로 릴리즈할 수 있습니다.

지면을 빌어 Koltbach에게 감사를 드리며, Koltbach의 음악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Spotify, Apple Music, Instagram, Tiktok 등을 통해 소식을 팔로우 하시기 바랍니다.

부드럽게 저음과 고음이 드러나는 효과

일단 한번 들어봤을 때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위상을 반전시켜 비교해 보면 킥을 중심으로 저음역대가 분명하게 부각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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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영역은 일반 게인 스테이징 플러그인을 사용한 경우, 주황색 선은 N-Console, 빨간색 선은 A-Console

TDR Prism으로 비교해 보면, 두 플러그인 모두 200Hz 이하와 4kHz 이상의 신호가 강조되며 능동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API 스타일인 A-Console은 1kHz부터 약간의 부스트가 있었습니다. (드럼이 아닌 다른 악기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배음이 추가됐기 때문에 신호가 약간 부스트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어서 믹싱할 때 염두해서 작업해야 합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과장되지 않고 부드럽게 저음과 고음이 드러나는 효과를 만들어 줬습니다.

또한 각 트랙의 FX에서 A-Console, N-Console 뒤에 다른 이펙트가 계속 추가될수록 콘솔 플러그인의 장점이 더 크게 부각될 것입니다.

다른 플러그인과 비교

그동안 저는 게인 스테이징 및 프리앰프의 효과를 줄 때 Lindell Audio의 50 Series 플러그인을 사용했습니다. 50 Series의 Buss 플러그인도 API 512C 프리앰프를 모델로 해 Sonimus 제품과 비슷한 효과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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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색 선은 50 Series, 빨간색 선은 A-Console

A-Console과 50 Series는 같은 API 기반답게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25Hz 근처에서 유사한 레조넌스 곡선이 만들어졌는데, 이 부분이 저음역대의 차이를 만들어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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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영역은 일반 게인 스테이징 플러그인, 주황색 선은 N-Console

N-Console은 50 Series와 A-Console과 비교해 저음역대의 반응이 달랐습니다. 40Hz 이하의 주파수 대역의 강조가 더 느린 속도로 지속됐는데요. 사람의 귀에 잘 들리진 않는 영역이지만 N-Console의 소리가 더 빈티지하게 느껴지게 하는 요소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A-Console은 그에 비해 더 정돈된 소리였고, 고음역대가 강조됐습니다. 앞서 언급한 1kHz~4kHz의 차이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수치로만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으로 느낀 바는, Sonimus 제품들에서 만들어내는 반응들이 기분 좋은 개선점을 만들어 주면서도, 사운드를 과장되거나 어색하게 만들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추가적인 활용법

Sonimus 제품들에는 추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몇 가지 기능들이 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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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Channel 모드에 하이패스 필터와 로우패스 필터가 내장돼 있어, 게인스테이징 단계에서 기본적인 사운드 정리를 함께할 수 있습니다. 이 필터들은 적용 범위가 매우 넓어서 (로우패스 필터는 100Hz까지, 하이패스 필터는 2kHz까지 컷할 수 있습니다.) 오토메이션으로 섹션에 따른 트랙의 위치를 조정하기에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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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 11 push

이미 모든 트랙에 게인 스테이징이 잘 되어 있다면, 마스터 그룹에서 AS DRV 기능을 활용해 더 많은 왜곡을 주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버튼을 누르면 페이더에 따라 볼륨은 바뀌지 않고, 세츄레이션되는 양만 조절됩니다.

PUSH 버튼을 누르면 기본으로 off 상태에서 'Warm' 'Hot'으로 바꿀 수 있는데요. 다이내믹 레인지를 줄여줘서 더 쉽게 클리핑이 발생할 수 있게 해줍니다. 조금 더 납작하고 많이 왜곡된 소리를 원한다면 사용해 볼 수 있습니다.

FAT 버튼을 눌러 왜곡 효과를 더 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능들을 사용한다고 해서 Decapitator처럼 극적인 세츄레이션 효과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사운드 예시

아래 예시는 Koltbach - Firebird의 일부 Inst 트랙입니다. 차이를 조금 더 듣기 좋게 하기 위해 Sonimus 플러그인의 PUSH를 Warm으로 두고 FAT 모드를 켰습니다. 자세한 청취를 위해 스튜디오 모니터나 헤드폰으로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일반 게인 스테이징 플러그인
Lindell Audio 50 Series Buss
Sonimus N-Console
Sonimus A-Console

전체적인 평가

저는 N-Console의 미묘하면서 따뜻한 느낌이 좋았습니다. 조금 더 세련된 사운드가 필요하다면 A-Console을 사용할 것 같습니다. FAT이나 AS DRV, PUSH 기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전체 믹스에서 미세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Sonimus의 콘솔 플러그인들이 유저들이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들어지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아날로그 장비들은 불편하고 제한된 인터페이스에서 창의성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Sonimus 제품들은 디지털 플러그인이지만, 여러 면에서 유저들에게 아날로그적인 접근 방법을 제공하고 있는 흥미로운 브랜드입니다.

A-Console과 N-Console의 가격은 각각 49달러입니다. 이 플러그인들은 믹싱에 필수적이거나, 가장 먼저 구매해야 하는 제품은 아닙니다. 어느 정도 믹싱 경험이 쌓였을 때 사운드를 향상시키기 위해 활용해 볼 수 있는 선택으로 괜찮은 가격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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